'실적 가뭄' 신기술로 해갈…매출 2조 향해 달리는 일진 '쌍두마차'

입력 2017-06-28 19:21   수정 2017-06-29 05:43

그룹 재도약 이끄는 일진머티리얼즈·디스플레이

2013년 최고 실적 찍고 내리막…허진규 회장 "도전해야 위기 탈출"

일체형 터치패널 갤S8 독점공급
2차전지에 쓰이는 일렉포일은 삼성SDI·파나소닉 등에 판매



[ 이민하 기자 ] 일진그룹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급감하는 부진을 겪었지만 올해 4년 만에 매출 2조원대를 회복할 전망이다. 2차전지·차세대 디스플레이·친환경 부품 등 여러 계열사의 주력 제품군 매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계열사 중 일진머티리얼즈와 디스플레이가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두 회사는 그룹 매출 중 35%가량을 차지한다.

일진그룹은 1968년 설립된 일진전기를 시작으로 국내외 42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일진전기와 일진홀딩스,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일진머티리얼즈 등 5개사는 상장했다. 해외법인을 제외하고도 국내에 일진제강,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일진복합소재, 오리진앤코 등 23개의 비상장법인을 거느리고 있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사진)은 올초 재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2013년 최고 실적을 달성한 뒤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며 “올해는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반전

일진그룹은 산업용 합성다이아몬드, 인쇄회로기판(PCB)용 일렉포일 등 주요 부품을 국산화하면서 성장했다. 2006년 매출 1조원을 넘겼고, 2013년에는 스마트기기 등 정보기술(IT) 부품사업의 호조로 그룹 매출이 2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계열사의 부진으로 1조원 중반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실적 부진은 일진디스플레이와 일진머티리얼즈의 영향이 컸다. 스마트기기 디스플레이와 사파이어 웨이퍼(기판)를 생산하는 일진디스플레이의 매출 추이는 그룹 전체 동향의 축소판이었다. 이 회사 매출은 2013년 660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1688억원까지 급감했다.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디스플레이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주로 화면이 큰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터치스크린패널(TSP) 부품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 최근 2년간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다.

반전의 계기는 신기술에서 나왔다. 일체형 터치패널 기술(포스터치)을 개발했다. 포스터치는 화면에 가해지는 압력의 변화를 감지하는 터치패널이다. 이 부품을 삼성전자의 갤럭시S8에 독점 공급했다. 이 덕분에 지난 1분기 매출 708억원과 영업이익 39억원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주가 역시 지난해 6월 3800원대에서 최근 8000원대로 뛰었다.

◆2차전지·친환경 부품으로 수익성 개선

그룹 내에서는 일진머티리얼즈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렉포일 생산업체다. 일렉포일은 전자장비에 쓰이는 얇은 구리 박이다. 회로기판에 깔려 전기가 통하게 한다. 스마트폰 1대에 3g 정도의 일렉포일이 쓰인다.

일렉포일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2차전지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2차전지용 특수 일렉포일은 음극을 형성하는 집전체로 쓰이며 배터리 성능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기차 1대에는 스마트폰 일렉포일 5000대분인 15㎏이 들어간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용 일렉포일을 삼성SDI와 중국 비야디(BYD), 일본 파나소닉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저가 PCB 일렉포일 생산 라인 중 일부를 2차전지용 생산 라인으로 교체했다. 2차전지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일진 관계자는 “2차전지용 일렉포일 기술은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아 세계적으로도 생산업체가 많지 않다”며 “전기차 등 2차전지 수요가 증가할수록 수익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도 그룹 실적 개선을 거들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압축천연가스(CNG)버스 연료탱크를 생산하는 일진복합소재는 지난해 친환경차량 증가에 힘입어 영업 적자에서 벗어났다. 그룹 내 맏형 격인 일진전기도 초고압케이블·변압기 수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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