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 소송전, 동양생명에 불똥 튀나

입력 2017-06-28 19:38   수정 2017-06-29 05:08

"부실대출 알리지 않았다" 보고펀드 등에 7000억대 소송

"안방보험, 올초부터 문제제기"…매매가 분쟁은 통상적인 것
안방보험 회장 구속 관련 중국 정부 압박 분석도
동양·알리안츠 사태 '촉각'…공격영업 타격 우려



[ 박신영 기자 ]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을 문제 삼아 유안타증권과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 등을 대상으로 7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자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인수합병(M&A) 이후 통상 있는 일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이 안방보험의 해외투자자금을 회수하려는 시도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손녀사위로 중국 보험업계 ‘큰손’인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구속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육류담보대출 부실 안 알려”

한 보험회사 사장은 “안방보험 측이 올해 초부터 VIG파트너스에 동양생명 매각 가격과 관련해 육류담보대출에 따른 손실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28일 전했다. 육류담보대출로 인한 동양생명의 손실이 3000억원을 웃돌자 인수가를 재조정하기 위한 접촉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VIG파트너스가 제대로 응하지 않자 소송으로 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안방보험은 2015년 9월 옛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으로부터 동양생명 지분 63%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자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지분율은 75% 수준으로 높아졌다.

육류담보대출은 육류를 담보로 수입업자들에게 단기 동산담보대출을 고금리에 내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문제가 된 부실은 수입업자들이 담보를 이중으로 설정해 동양생명을 포함한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사기대출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안방보험은 VIG파트너스가 육류담보대출의 위험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VIG파트너스는 매각 계약을 맺을 당시엔 육류담보대출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안방보험의 주장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생명 영업에 영향받나

반면 이번 소송이 중국 정부의 안방보험에 대한 견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 회장이 구금된 이유가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 M&A 과정에서 중국 자본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어서다. 게다가 육류담보대출의 경우 동양생명이 매각될 당시 연체 혹은 부실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각 당시 부실 가능성이 엿보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육류담보대출의 연체는 지난해 12월 급증했기 때문에 매각 상황과 연결짓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중국 안방보험 사태와 이번 소송 등으로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영향을 받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안방보험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공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보험사 자산을 늘려 외형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새 보험회계기준(IFRS17)에선 부채가 늘어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안방보험이 올 들어 알리안츠생명에 2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 은행들이 안방보험과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만큼 앞으로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공격적 영업을 계속할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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