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사약 마시고 끝내고 싶다"

'블랙리스트' 혐의는 계속 부인


[ 고윤상 기자 ] “독배를 내리면 깨끗이 마시고 이 상황을 끝내고 싶다”는 노구(老軀)의 말이 끝나자 방청객 사이에선 울먹임이 흘러나왔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진행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사진)에 대한 재판에서다. 일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은 이날 재판에서 “모시던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구속까지 됐는데, 비서실장이 잘 보좌했더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는 점에서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과거 왕조시대 같으면 망한 정권, 왕조에서 도승지를 했으면 사약을 받지 않겠느냐.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만약 특검에서 ‘당신 재판할 것도 없이 사약 받아라’하며 독배를 내리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이걸 끝내고 싶다”고 토로했다.

혐의에 대해선 기존과 마찬가지로 부인했다. 그는 “정부에서 줄 보조금이나 예산은 한정돼 있어 누군가는 배제되고 지원금이 삭감되는 상황”이라며 “말단 직원들이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갖고 삭감한 게 과연 범죄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의 변호인단이 건강 문제를 거론하자 “우리 심장이 주먹만 한데 거기에 금속 그물망이 8개가 꽂혀 있어 상당히 위중하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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