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은 나이키의 입장 번복에 대해 글로벌 브랜드와 아마존 사이의 권력균형이 무너진 극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과거 수십년간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판매점을 상대로 가격과 제품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해온 글로벌 기업들이 아마존에 굴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이키는 아마존 계열사인 자포스닷컴을 포함해 약 1000개에 달하는 직영대리점과 백화점, 스포츠 전문점을 통해 신발과 스포츠웨어를 판매했다. 그러나 아마존에 직접 입점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경쟁사인 언더아머와 아디다스가 아마존을 통해 제품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데다 온라인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제3자 판매’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이키도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고 WSJ는 전했다. 아디다스는 미국 시장공략의 일환으로 2014년 아마존을 유통 업체로 추가한 이후 운동화 시장 점유율이 7%에서 11%로 급등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나이키가 승인하지 않았지만 아마존을 검색하면 무려 7만3000개 업체가 이미 나이키 의류와 신발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합법적으로 구매한 상품을 온라인에서 다시 재판매하는 ‘제3자 대리점’이 급증해 더 이상 회사가 원하는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WSJ는 분석했다.
나이키는 이에 따라 수주간 아마존과의 협상을 통해 위조, 복제품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비공식 판매상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아마존을 공식 판매채널로 인정하기로 했다. 아마존도 기존 판매상을 상대로 내달 13일부터는 특정 나이키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시장에서는 나이키의 결정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나이키 주가는 아마존과의 직판계약이 성사단계에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나온 21일 이후 2.6%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아마존을 통한 직판으로 나이키 매출이 3억~5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나이키는 또 지난주 전체 인력의 2%에 해당하는 1000여 명을 감축하고 생산 모델도 줄여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SJ는 “전통 유통채널이 무너지고 온라인으로 시장이 급속히 이동하면서 아마존의 지배력이 커지자 강력한 브랜드조차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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