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일 기자 ]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가 주력 대출상품인 ‘직장인K 대출’의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지키지 못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K뱅크는 다음달 1일부터 신용등급이 높은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 ‘직장인K 대출’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29일 발표했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금리와 최대 1억원의 한도를 내세운 이 상품은 초반부터 인기를 끌며 ‘K뱅크 돌풍’을 주도했다.
K뱅크는 올 한 해 대출 목표를 4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출범 70여일 만에 대출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날 현재 5700억원에 이른다. 출범 이후 한 달에 평균 2000억원씩 신용대출이 늘었다. 이는 지난해 8개 시중은행의 월평균 가계대출 순증액(1145억원)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K뱅크 대출의 60~70%를 ‘직장인K 대출’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뱅크는 이 때문에 이달 중순 ‘직장인K 대출’ 중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판매를 중단했으며 이번에 원리금균등 방식 및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대출도 취급을 중단했다. K뱅크 관계자는 “하반기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대출을 시작할 예정인데, 이 추세로 신용대출이 늘어나면 현재 자본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K뱅크는 당분간 중금리 대출 상품인 ‘슬림K 대출’과 카드론과 비슷한 소액 한도의 ‘미니K 신용대출’만으로 대출영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은행권 안팎에선 연말께 증자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K뱅크가 우량 직장인 신용대출 영업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달 말 기준 K뱅크의 BIS 비율은 20% 선이지만 하반기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대출까지 본격화되면 급격하게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도 자기자본 비율 8%에 미달하면 제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산 급팽창으로 비상이 걸린 K뱅크는 증자를 위해 KT와 우리은행 등 주주들과 논의 중이다. K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기다릴 수 없어 기존 비율대로 올해 증자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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