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속으로] '무능 정치' 심판 머지않았다

입력 2017-06-29 18:25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프랑스에서 최근 ‘선거혁명’이 일어났다. 의석이 한 석도 없던 신생 정당을 이끌고 대선서 승리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까지 장악했다. 여당연합이 의회 선거에서 의석의 60%를 차지했다. 58년간 프랑스 정치를 주도해온 사회당과 공화당의 거대 양당정치로 대변되는 구(舊)정치가 막을 내렸다. 이념 대결로 일자리 등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무능한 정치’에 대한 심판이었다.

우리 정치의 무능도 프랑스에 못지않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0일이 됐지만 협치는커녕 대결 일변도의 과거 정치 프레임에 갇혀 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법안 하나를 몇 년째 처리 못하는 ‘식물국회’다. 정치가 사회 갈등의 조정자는 고사하고 국민의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다. 국회의원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프랑스와는 정치 상황이 달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국민의 심판을 받을 구태정치의 조건은 거의 다 갖췄다.

50여년 거대 양당정치 적폐 쌓여

우리 거대 양당정치의 역사도 프랑스(58년)만큼이나 길다. 박정희의 민주공화당(1963년)과 신민당(1967년) 창당 이후 의미 있는 다당제가 정립된 기간은 채 20여 년이 안 된다. 7대 국회(1967년 총선)부터 10대 국회(1978년 총선)까지는 공화당과 신민당의 대결구도였다. 12대 국회(1985년 총선)부터 15대 국회(1996년 총선)까지 제3당이 여럿 등장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16대 국회)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과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양당제로 복귀했다. 두 당은 3당구도가 된 지난해 총선 전까지 16년간 우리 정치를 지배했다. 한국당과 민주당의 뿌리인 공화당과 신민당의 양당구도가 50여 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1971년 7대 대선 때 ‘40대 기수론’을 내건 ‘양김(김영삼·김대중) 정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계승한 민주당의 중심은 DJ맨들과 노무현 세력이다. 한국당의 전신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3당(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으로 한국당의 주축은 친박(친박근혜)계다. 국민의당은 DJ맨과 안철수 세력이 모인 당이다. 한국당을 떠난 바른정당은 친이(친이명박)계가 주축이다.

'양김 정치유산' 발전적 계승 못해

양김에게서 정치를 배운 정치인들이 여전히 우리 정치의 중심에 있다. 한국당 원로인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현 바른정당 의원), 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는 대표적인 YS맨이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DJ가 영입한 정치인이다. 양김은 우리 정치에 긍정적 유산과 부정적 유산을 동시에 남겼다. 사라진 금권정치와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반목과 불신, 불복의 문화는 부정적 유산이다.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박계, 친이계 등 계보정치의 잔재도 그중 하나다.

유감스러운 것은 양김 시대의 긍정적 유산인 여야의 소통과 타협 문화가 되레 후퇴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의원들이 여야의 경계를 넘어 자연스럽게 어울리던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여당은 여당끼리, 야당은 야당끼리만 뭉치는 ‘끼리끼리 노는 문화’가 새 풍속도로 자리 잡았다. 여야 의원들의 스킨십이 없으니 물밑채널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러니 만나면 얼굴을 붉히고 돌아서면 서로를 비난하기 일쑤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따로 없다. 무능 정치에 대한 심판의 날도 머지않았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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