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미 손실구간 진입
"추가상승 예상땐 환매 고려해야"
[ 나수지 기자 ] 지난해 중순 코스피200지수와 삼성전자 주가가 안 오르는 쪽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지수가 일정 범위 이상 오르지 않아야 약속된 원금과 약정 수익을 받을 수 있는 ‘스텝업 주식연계증권(ELS)’ 투자자 얘기다.
◆21개 상품 중 9개는 손실 구간
3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코스피200지수와 삼성전자를 기초지수에 포함한 스텝업 ELS는 모두 21개로 집계됐다. 발행물량은 50억원가량이다. 이 중 9개 ELS(발행물량 28억원)는 이미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든 스텝업 ELS의 80%가량은 대신증권에서 발행됐다.
대다수 투자자가 가입한 ELS는 스텝다운형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당시보다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약정 수익’을 준다. 스텝업 ELS는 반대다. 투자자가 돈을 벌려면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않아야 한다. 그런 만큼 기초자산 가격이 많이 올라 조정이 예상될 때 가입한다.
이 상품이 주로 발행된 건 지난해 6~8월이다. 작년 초 18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6월 들어 2000선을 넘기자 하락장을 예상한 증권사들이 스텝업 ELS를 내놓았다. 5년간 이어진 박스권 장세에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기면 지수 하락에 베팅하고, 1800선에 가까워지면 지수 상승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온 투자자들은 이때도 하락장을 기대하고 스텝업 ELS를 사들였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 주가는 140만~170만원대였다. 2015년 말 이후 반 년 만에 주가가 40% 이상 오르자 “추가 상승은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삼성전자가 기초지수로 포함된 스텝업 ELS를 매입했다.
◆환매 타이밍 노려야
원금손실한계선(녹아웃 배리어)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오른 ELS는 원금 손실을 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LS 만기일까지 코스피200지수나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해 중순 수준으로 떨어져야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텝업 ELS는 기초자산, 발행일, 만기일, 원금손실한계선에 따라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여부와 손실 규모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29일 대신증권이 발행한 ‘BALANCE 다이렉트 96’은 기초자산이 삼성전자 하나다. 녹아웃 배리어는 150%다. 발행일 기준 139만60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가 50% 오른 209만4000원을 넘기면 주가 상승폭만큼 손실이 나기 시작하는 상품이다. 만기인 2019년 6월28일에 삼성전자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면 원금을 전부 잃는다. 만기일에 삼성전자 주가가 발행일 주가를 밑돌면 상품에 따라 원금+약정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기까지 코스피200지수나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손절매하고 환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수준에서 손실을 확정짓고 중도환매수수료 5%도 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삼성전자의 30일 종가(237만7000원)를 감안할 때 BALANCE 다이렉트 96 투자자가 당장 상품을 환매하면 원금의 70%를 잃고 수수료도 내야 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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