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북핵 동결후 폐기' 공감대 …대화조건 놓고 '엇박자' 가능성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한국 입장 잘 설명해달라"
문재인 대통령, 매케인 의원에 요청
[ 워싱턴=손성태/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 동맹을 재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두고 미국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번 회담은 미국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와 우의를 다진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 트럼프와 신뢰 형성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확보한 것을 꼽고 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문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강력한 연합방위태세와 상호 안보 증진을 통해 대한민국을 방어한다는 한·미 동맹의 근본적인 임무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재래식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도 재확인했다.
양국 정상은 또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조속히 가능하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이 상호운용 가능한 킬체인(공격형 방어시스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고 파괴하기 위한 핵심 군사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 동의했다. 외교·국방(2+2) 장관회의 및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개최도 정례화하기로 했다.
남북 대화 물꼬 트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 것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제재와 압박을 앞세우며 북핵 해결을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문 대통령이 구상해온 ‘핵 동결 후 폐기’라는 북핵 2단계 접근법에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며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서에서도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화 조건인 ‘올바른 여건’이라는 전제를 두고 양국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대화 조건과 관련, “지금 단계에서는 특정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면서도 “북한이 핵 동결을 확실히 약속하면 북핵폐기 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동맹 대가 ‘청구서’는 과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매우 호흡이 잘 맞는 관계(great chemistry)”라며 친근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에 배석한 관계자들은 “회담 동안 엄청나게 넓은 범위의 주제들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탄핵 정국을 거치는 동안 단절됐던 양국의 정상급 소통 채널이 복원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은 새 정부의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회담 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논의 때 한국 입장을 잘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매케인 위원장에게 “평택 미군기지는 450만평(약 1500만㎡)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넓고, 또한 최첨단으로 조성되고 있다”며 “관련 비용 중 약 100억달러를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워싱턴=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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