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하반기 전망
인구 줄어도 가구수는 증가…공급대책 없으면 상승세 못꺾어
보수적인 정부산하기관마저 '다주택자 투기 탓'이라는 정부 진단과 다른 의견 내놔
[ 설지연/김형규 기자 ]
정부 산하 공기업과 연구기관,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이 올 하반기에도 서울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공기업 소속 전문가들은 통상 집값 안정을 원하는 정부 의지를 반영해 보수적으로 집값을 전망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역시 2012~2015년 부동산업계 전문가들과 달리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리포트를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이런 전문가들마저 “공급이 부족해 서울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으로 돌아서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이 공급 부족이 아니라 다주택자의 투기 때문”이라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진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서울 상승, 지방 하락” 전망
2일 한국감정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방과 수도권 외곽 집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서울 집값은 하반기에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최근 집값 차별화를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 주택 매매가를 ‘수도권 0.4% 상승, 지방 0.1% 하락’으로 추정했다. 수도권 매매가는 서울의 강세로 미미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방은 대규모 새 아파트 입주 시점이 되면서 후퇴기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인구가 감소해도 가구 수는 증가하기 때문에 공급 계획이 받쳐주지 않으면 서울 집값은 계속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9일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하반기 주택 가격을 ‘수도권 보합(0.0%), 지방 0.2% 하락’으로 예상했다. 평소 집값 전망과 관련해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 연구원조차 수도권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애널리스트, 큰 폭 상승 전망
증권사 건설·부동산담당 애널리스트들은 건설·주택 연구원들보다 더 큰 폭의 집값 상승세를 전망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 멸실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서울 기존 주택이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대출 규제로 기존 주택 매매가 힘들어진 수요자들이 청약시장으로 몰리며 분양시장 호조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30일 문을 연 전국 13개 모델하우스엔 이날까지 사흘 동안 20만 명이 몰렸다. 6·19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위축된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분양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도 ‘2017년 하반기 전망’ 리포트를 통해 “서울·경기 주택 재고량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도시정비보다 도시재생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하자 공급 부족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수도권 시장의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격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달부터 강화되는 대출규제, 8월 발표될 가계부책 대책,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세제개편안 등으로 단기적으론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이슈리포트에서 “규제 대상이 된 조정대상지역 위주로 분양률이 둔화하거나 분양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가 향후에도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경우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것임을 시사해 단기적으로 시장은 하방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김형규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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