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정교해진 'AI의 눈'…반도체 불량 찾고 뇌졸중까지 진단

입력 2017-07-02 20:51  

생활 속으로 들어온 'AI 이미지 인식기술'

이미지 클라우드 '구글 포토'
스마트폰 속 저장된 사진 분석…인물별 앨범 생성, 테마별 분류

MS AI동영상 편집 '스토리믹스'
신랑·신부의 결혼식 영상 찍으면 제각각 주인공인 영상 편집 가능

IBM의 AI 닥터 '왓슨'
의사가 육안으로 발견하기 힘든 두개골 내 출혈서 뇌졸중 발견



[ 송형석 기자 ]
빨래통 속에 웅크리고 있는 사진 속 동물. 개일까 고양이일까. 사람이라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동물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머리나 꼬리, 다리 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인식용으로 개발한 인공지능(AI) 시스템에 이 사진을 입력한다면 어떨까. 1초의 고민도 없이 거의 100%의 확률로 사진 속 동물의 정체를 맞힐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동물의 미세한 특징을 AI가 전부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속 ‘AI 이미지 인식’ 기술

이미지 인식은 AI의 역량이 사람을 압도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구글 포토’ 앱(응용프로그램)만 실행시켜도 AI 이미지 인식 기술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 구글 포토는 별도의 정보입력 없이 수천 장의 사진 중 특정 자녀가 나온 사진을 척척 골라낸다. ‘파티’ ‘공원’ 같은 테마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사진을 추려 보여주는 것도 AI의 힘이다.

AI 기계 학습법으로 널리 알려진 ‘딥러닝(deep learning)’이 처음으로 주목받은 것도 이미지를 인식하는 능력 덕분이었다.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이끈 ‘슈퍼비전’ 팀은 2012년 세계 최대의 이미지 인식 경연대회 ‘ILSVRC’에 출전해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다른 팀이 에러율 26%대를 오르내릴 때 15.3%까지 에러율을 낮췄다. 육상에 비유하면 100m를 6초대에 뛴 선수가 나타난 셈이다. 2012년 ILSVRC는 AI 역사에 이정표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딥러닝이 AI 기계 학습법의 주류로 자리잡았고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도 AI 시스템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AI 이미지 인식의 시작은 고양이와 같은 특정 사물의 사진들을 픽셀 단위로 쪼개 인공신경망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것이다. 사진의 특징은 여러 개의 은닉층을 거치면서 추상화, 데이터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컴퓨터에 수많은 고양이 사진을 집어넣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 나중엔 어떤 고양이 사진을 보여줘도 ‘고양이’라는 답을 내놓을 수 있게 된다. AI 학자들은 인공신경망에 은닉층이 많은 것을 ‘깊다(딥·deep)’라고 표현한다. 기계 학습법의 명칭인 ‘딥러닝’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이미지 인식 기술은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지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해당 이미지가 사용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판단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구글은 지난 5월 연례 개발자콘퍼런스(IO)에서 ‘구글 렌즈’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꽃을 비추면 이름이 뭐고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구글 렌즈는 카메라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라우터(네트워크 중계장치) 뒤쪽에 있는 길고 복잡한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촬영하면 알아서 스마트폰을 와이파이에 접속해준다.

동영상 이미지도 정복이 끝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 2017’에서 선보인 ‘스토리믹스’다.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특정 인물을 클릭하면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동영상을 재편집하는 기능을 갖췄다. 결혼식 동영상이 있다면 신랑이 주인공인 버전, 신부가 주인공인 버전을 따로 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용 AI 이미지 인식 시장도 빅뱅

AI 이미지 인식 기술은 병원이나 산업 현장에서도 쓸모가 많다. IBM과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매치 테크놀로지는 이 기술을 일선 병원 응급실에서 뇌졸중 환자를 찾아내는 데 쓰고 있다. 외상과 뇌졸중의 결과로 나타나는 두개골 내 출혈 사례를 확인하는 게 AI의 임무다. 의사가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 부위가 작다고 하더라도 AI의 ‘눈’을 피해가긴 어렵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주) C&C는 IBM 왓슨의 한국 버전인 에이브릴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에 활용하고 있다. AI가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를 촬영하고 분석해 불량률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공장 운영에도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특정 작업자나 공구가 적절한 위치에 있는지,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이미지로 확인하고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경고를 주는 식이다. 과거엔 공장 곳곳에 수천 개의 센서를 부착해야 할 수 있던 업무를 AI 시스템과 연결된 카메라 몇 대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2~3년 안에 대부분 기업이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사업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가 많은 기업은 지금도 자체적으로도 AI 이미지 인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구글 등 주요 AI 시스템 개발회사가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어서다. 마이크로소프트, SK(주) C&C처럼 데이터만 입력하면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반제품 형태의 AI 이미지 인식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김영욱 한국MS 플랫폼사업 총괄부장은 “이미지 인식은 AI 개발사의 기술 수준이 상향평준화된 분야”라며 “이미지 데이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이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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