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역대 최저 30여석 전망
도민우선회, 73~85석 확보할 듯
아베, 개헌 추진 '급브레이크'
[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에서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세력이 압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유민주당은 역대 최저인 30여석 확보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아베 총리가 2012년 재집권 이래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진 것은 처음이다. 사학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폭락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위기가 현실화됐다.
NHK방송은 2일 오후 8시께 도쿄도의회 선거 투표가 끝난 직후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지역정당 ‘도민우선회(도민퍼스트회)’와 공명당 연합이 73~85석을 확보, 전체 127석 중 과반 획득이 확실시된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기존 57석을 보유한 자민당은 13~39석에 그칠 것으로 발표됐다. 역대 최저였던 38석(1965년, 2009년 선거)보다 더 적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지방의회 선거지만 전국 민심의 풍향계 노릇을 해왔다. 2009년 자민당은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현 민진당)에 패한 이후 결국 54년 만에 정권을 넘겨줘야 했다. 특히 이날 선거는 각종 비리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기사회생할지, 반(反)아베 기치를 들어 올린 고이케 지사의 돌풍이 태풍으로 바뀔지 관심이 집중됐다.
50~60%를 유지하던 아베 총리 지지율은 가케(加計)학원이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학 스캔들로 최근 36%(마이니치신문)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자민당과 오랜 기간 공조해온 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고이케 지지를 선언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개표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면 일본 정국이 요동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추진해온 헌법 개정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다.
반면 작년 8월 첫 여성 도쿄도지사에 오른 고이케는 ‘아베 1강’을 무너뜨릴 대항마로 떠오르게 됐다. 닛폰TV 등에서 방송캐스터 생활을 하다 1992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지난 1년간 쓰키지 수산물시장 이전 연기, 도쿄올림픽 예산 축소 등을 정면 돌파해 도쿄도민에게 최고 70%대에 이르는 지지를 받았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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