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은퇴를 앞둔 55세 이상이 속한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소비 현황을 분석해 3일 이같이 발표했다. 가계부채 급증이 이른바 ‘소비 절벽’으로 이어진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다른 주장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인 약 1360조원에 달하고 있다. 한경연은 “부채 증가에 따른 자산 증식 효과가 더 커 부채 규모가 직접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의 분석에 따르면 은퇴 예정 가구의 소득은 2001년 대비 2015년에 94.51% 증가하고 소비는 90.51% 늘었다. 이 기간 저축은 78.32% 늘었다. 한경연의 의뢰로 이번 연구를 진행한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상환에 대한 크기 변화가 거의 없었다”며 “가구가 부채의 증가를 통한 자산 증식을 도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한국 경제에서 우려하고 있는 가채부채의 총량적 이슈를 일반화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가계부채 총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건 사실이라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은퇴 자체가 소비를 크게 위축시키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비 위축이 아닌 소비 형태의 변화를 야기한다는 의미다. 한경연은 “자산 효과 덕분에 은퇴 후 자산 규모가 커지면 은퇴 전까지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자녀 교육과 노후 대비 연금·보험 지출이 줄고 여가 생활과 건강관리 분야로 소비가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은퇴 가구주의 연령이 낮을수록 재취업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은퇴 후 노동시장으로 재진입은 자산과 부채 규모보다 육체적 조건 등 선호에 따른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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