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석의 이슈프리즘] '원전 제로' 타당한가

입력 2017-07-03 17:49  

차병석 편집국 부국장 chabs@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원전 제로(0)’를 내건 것은 작년 9월 발생한 규모 5.4의 경주 지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설이다. 이 지진은 1978년 국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였다.

인근에 월성·신고리 원전이 있는 경주에서 발생한 역대 최강의 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고, 대선 캠프에 참여한 반핵·환경론자들이 목소리를 키우면서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이란 탈(脫)원전 공약이 나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를 그린 영화 ‘판도라’를 작년 말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중국 동부 해안 원전이 더 위험

사고 위험성 때문에 원전을 포기하기로 했다면 진짜 막아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다. 올 2월 기준으로 중국은 36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21기를 새로 짓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한반도를 마주보는 중국 동부 해안에 밀집해 있다. 중국 산둥반도 끝자락에서 인천까지 거리는 350여㎞다. 서울~부산 거리(395㎞)보다 짧다. 1년 중 열 달은 중국에서 한반도로 편서풍이 분다.

만약 중국 동부 해안의 원전에서 중대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될까. 미세먼지처럼 방사능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하늘을 덮을 게 뻔하다. 중국 동부 해안은 산둥반도와 만주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탄루 단층대로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의 위험성으로 치면 신고리·월성 원전이 아니라 중국 동부 해안 원전이 더 위협적이다.

그렇다면 원전의 위험성은 실제 얼마나 될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게 발생할 확률은 1000만분의 1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규모 9.0 지진으로 생긴 높이 13m의 쓰나미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한반도에선 동일본 대지진의 1000분의 1 강도인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판단이다. 국내 원전은 기본적으로 규모 6.5~7.0 지진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그 안전성을 인정받아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포기하기엔 경제성 너무 커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희박한 사고 위험성 때문에 포기하기엔 원전의 가치가 너무 아깝다. 원전은 에너지 안보와 경제성 측면에서 다른 전원(電源)이 따라오기 어렵다.

한국은 남북 분단으로 대륙에서 고립된 ‘에너지 섬’ 신세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에너지 정책의 근간은 최소 비용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발전량에서 원전이 30%나 차지하는 이유다.

작년 기준으로 원전의 연료비 단가는 ㎾h당 5.7원이다. 유연탄(49.3원) LNG(83.3원) 태양광(83.6원) 풍력(102.9원) 수력(105.50원)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원전의 연료가 되는 우라늄 수급은 LNG와 신재생에너지보다 안정적이다.

원전의 위험성은 더욱 철저한 관리와 통제로 최소화해야 할 숙제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원을 포기해 버릴 명분이 돼선 곤란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도 원전 제로를 선언하고, 원전 54기를 모두 가동 중단했었다. 그러나 치솟는 전기료 때문에 2015년부터 일부 원전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탈원전 정책은 시민들의 공론화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검토로 판단내려야 할 사안이다.

차병석 편집국 부국장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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