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전 138기' 대니엘 강의 사부곡…"아빠, 보고 계시나요!"

입력 2017-07-03 18:13  

KPMG 여자 PGA챔피언십 제패…메이저대회서 생애 첫승

US 아마챔피언십 2연패 한 재미동포 '골프 유망주' 출신
프로 데뷔 후 성적 부진 빠져
골프 가르쳐 준 아버지 마저 4년 전 뇌암으로 세상 떠나
'진지한 골프'로 마음 다잡아



[ 이관우 기자 ]
“아빠가 제 우승을 지켜보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니엘 강(25·강효림)은 더 이상 눈물을 참아내지 못했다. 3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이었다. 환하게 웃으며 생애 첫 우승 소감에 대해 답하던 그에게 한 기자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다. 그는 힘겹게 “아빠가 곁에 계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했다.

2012년 프로 입문 이후 138번째 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대니엘 강. 그에게 지난 4년간 ‘암(cancer)’이나 ‘죽음(death)’ 등의 단어는 금기였다. 한국인인 어머니 그레이스 리는 “아빠는 골프와 함께 딸의 전부였다”며 “아빠를 잃은 슬픔을 떠올리기 싫어 그런 단어들이 들릴 때면 자리를 피하곤 했다”고 말했다.

우승 함께한 천국의 아버지

아버지는 그러나 딸의 첫 우승을 온전히 함께했다. 이날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컵(상금 52만5000달러)을 들어올린 그는 “마지막 퍼팅을 하기 직전 아빠가 예전 US여자아마추어 대회 때 ‘우승 퍼팅에 성공하면 TV를 사주겠다’고 한 말씀이 어디선가 다시 들려왔다”며 “어딘가 아빠가 계시다는 걸 깨달았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퍼팅이 가장 편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대니엘 강은 어려서부터 부산 사나이 아빠(강계성 씨·2013년 작고)를 빼닮았다. 태권도를 좋아했고, 12세 때 아빠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를 끔찍이도 사랑했다. 자신 있고 화끈한 골프 스타일도 비슷했다.

“아빠는 누구를 따라하는 것보다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사랑하고 자신을 믿으라고 늘 가르치셨어요. 골프도 즐겨야 한다고 하셨고요.”

입문은 늦었지만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15세 때인 2007년 US여자오픈 출전권을 따냈고, 2010년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2011년에도 같은 대회를 제패하며 1996년 켈리 퀴니(미국) 이후 15년 만에 US여자아마추어를 2연패한 선수가 됐다.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은 미국 아마추어 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하지만 프로 입문 뒤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로 2년차였던 2013년 아빠의 머리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아픈 몸을 이끌고 딸의 대회를 보러 다녔던 아빠는 결국 대회 현장에서 쓰러져 한국으로 급히 이송됐다. 아빠는 뇌암 진단을 받은 지 6개월 만에 영원한 작별을 했다. 성적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진지한 골프 하면서 ‘환골탈태’

두 살 터울인 오빠 알렉스 강이 아빠 대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아시안 투어를 거쳐 PGA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빠는 어린 시절 함께 골프를 시작한 골프 입문 동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통화하거나 문자로 여러 문제를 상의했다. 대니엘 강은 “이번 대회 코스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덕분에 코스를 손바닥 보듯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략 골프’ 스타일인 오빠의 도움으로 즐기는 골프에서 진지한 골프로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대니엘 강은 올 들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70% 초반대에 머물던 드라이버 정확도가 76%로 훌쩍 높아졌다. 60%대였던 그린 적중률도 처음 70%대를 돌파했다. 15번 대회에 출전해 다섯 번 톱10에 들었다. 투어 데뷔 5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이다. ‘퍼팅이 가장 약한 히터’라는 비아냥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대회만큼은 퍼팅도 잘 먹혔다.

11번홀부터 14번홀까지 네 홀 연속 버디는 모두 중장거리 퍼팅으로 뽑아냈다. 16번홀 6m짜리 파 세이브 역시 날선 퍼팅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10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한 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대니엘 강의 오른손에는 문신 두 개가 있다. ‘just be’라는 영어 문신과 ‘아빠’라는 한글 문신이다. 그는 “아빠가 항상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라’고 말씀해주셔서 17세 때 처음 이 글자를 새겼다”고 했다. 한글 문신을 새긴 건 아버지를 잃고 나서다. 대니엘 강은 “누군가와 악수할 때 아빠도 그 사람을 만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노렸던 최운정(27·볼빅)은 3위에 올랐다. 이미향(24·KB금융그룹)과 양희영(28·PNS창호), 김세영(24·미래에셋)이 나란히 9언더파 공동 4위,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7언더파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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