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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을 잡아라.”
SK증권 매각을 앞두고 국내 주요 증권사 투자은행(IB) 본부들이 SK텔레콤 끌어안기에 나섰다. SK증권이 독식해온 SK텔레콤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인수 업무가 외부에 풀릴 것이란 기대에서다.
4일 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고객들에게 스마트폰을 할부로 판매하고 받는 ‘단말기 할부채권’(할부금을 받을 수 있는 채권)을 담보로 매년 발행하는 ABS 규모는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은 그동안 SK텔레콤이 발행하는 ABS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덕분에 소형 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채권발행시장(DCM) 강자로 대우받았다.
SK증권은 지난해 SK텔레콤이 발행한 ABS 1조7605억원어치를 인수한데 힘입어 KB증권에 이어 DCM 부문 2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DCM 부문 5위에 오르는 데도 SK텔레콤의 ABS 물량(1조760억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업계에선 SK증권이 팔리면 그동안 독식해온 SK텔레콤 ABS 물량이 분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증권 매각과정에서 최대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는 만큼 인수 후보자들에 ‘SK텔레콤 물량을 일정 기간 SK증권에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연간 1조~2조원에 달하는 SK증권 몫이 다른 증권사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SK그룹은 당초 경영자 인수방식(MBO)으로 SK증권 보유 지분을 팔거나 우호적인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접고 지난달 공개매각으로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 거래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 매각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 대형 증권사 DCM 담당자는 “DCM시장의 ‘큰손’인 SK텔레콤만 접수하면 단숨에 리그테이블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1위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KB증권이나 1위 자리를 넘보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다른 대형사 모두 SK텔레콤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달 호반건설, 케이프투자증권, 큐캐피탈파트너스 세 곳을 적격 인수후보로 선정한 SK그룹은 이달 25일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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