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85년 맞은 서울백병원 염호기 원장 "직원 중심 의사결정…10년 적자 탈출"

입력 2017-07-04 20:41  

직원과 경영정보 공유로 실적 향상
"환자에 희망 주는 병원 만들 것"



[ 이지현 기자 ] “의료의 본질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인술을 펼치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미국 메이요클리닉 같은 병원이 되려고 합니다.”

올해 개원 85년을 맞은 서울백병원의 염호기 원장(56·사진)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백병원을 직원이 주인인 병원으로 바꾸고 있다”며 “10년 넘게 적자였으나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1932년 고(故) 백인제 경성의학전문학교 외과 주임교수가 우에무라외과병원을 위탁 경영하면서 서울백병원 역사가 시작됐다. 국내 첫 민간 공익법인인 백병원은 서울 부산 경기 등에 다섯 개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으로 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병원에 위기가 찾아왔다. 2년 전 의료환경 변화 등에 적응하지 못해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10여 년간 누적적자만 1400억원에 달했다. 재단 이사회는 “폐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3월 위기를 돌파할 구원투수로 염 원장이 낙점받았다. 그는 취임 직후 직원들에게 경영 정보 공유, 경영 참여, 이익 공유 등을 약속했다. 재단도 수백억원의 지원을 결정했다. 염 원장은 “실적을 공개하고 직원 중심으로 의사결정 체계를 바꿨다”며 “원장 법인카드는 부서장이 회식 등에 쓸 수 있게 내줬다”고 했다.

직원들도 화답했다. 환자 요구사항이 생기면 지체없이 처리했다. 병원 개선점을 토론하는 문화도 생겼다. 염 원장은 매달 이메일로 병원의 경영목표를 공유하며 동기를 부여했다. 그는 “이달에는 10여 년 만에 처음 흑자 전환하는 달이 되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목표를 달성하면 직원들에게 맥주를 한잔 사겠다”고 했다.

경남 거창 출신인 염 원장은 경남고와 인제대 의대를 나와 서울백병원에서 내과과장, 진료과장 등을 지냈다. 의사로만 지낸 그가 만년 적자였던 병원을 살린 데는 독서와 군 생활이 큰 힘이 됐다. 그는 한 달에 책을 15권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다. 군의관 시절 의무대장을 지내며 의견이 다른 수십 명의 의사를 지휘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책에서 쌓은 지식이 다양한 경영 아이디어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염 원장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작은 마을 로체스터를 세계적 의료관광지로 바꾼 메이요클리닉 같은 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메이요클리닉은 주민이 참여해 운영할 정도로 지역과 함께하는 병원”이라며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주민과 어우러지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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