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두려워 신고도 못해
관련규정 없어…법 개정 시급
[ 구은서 기자 ] 충북 청주의 한 교회 베란다에서 지난달 28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한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목 부위에서 목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남자 친구(21)를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 그는 “헤어지자고 해 화가 치밀었다”며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데이트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데이트 폭력으로 살해된 피해자만 233명에 달한다. 해마다 46명의 여성이 ‘사랑해서’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귀중한 목숨을 잃은 셈이다.
폭력에 시달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연인 간 폭력사건으로 입건된 사람은 8367명(구속 449명)에 달했다. 한 해 전(7692명)보다 8.8% 늘어난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찰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전국 경찰서에 ‘데이트 폭력 근절 특별팀’을 운영 중이다. 올 3월에는 112 신고 시스템에 데이트 폭력 코드도 신설해 가해자에게는 서면 경고장을 발부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 미비로 근본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정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긴급 임시조치’로 격리조치할 수 있는 부부간 폭력과 달리 데이트 폭력은 관련 규정이 없다. 명확한 거부 의사 표명에도 따라다니는 ‘스토킹’의 처벌 근거 역시 경범죄 조항이 고작이다. 10만원 이하 범칙금만 내면 대부분 풀려나는 게 현실이다. ‘데이트 폭력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잇따른 문제 제기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긴급 임시조치 규정 등이 포함된 ‘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지난해 2월 발의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조차 안 된 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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