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가장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투자 자산은 어딜까. 미국만 놓고 보면 주식시장의 우위가 두드러진다.
S&P500지수는 8.2% 상승하면 2013년 이후 최고의 상반기를 보냈다. 업종별로 보면 S&P500 기술섹터가 16.4%, 헬스케어섹터가 15.1%라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나스닥 지수를 주도하는 대형 IT기업들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도 14%가 올렸다.
반면 에너지부문은 최대 패자로 기록됐다. S&P500 에너지섹터는 국제 유가의 하락폭(14%)과 비슷한 13.8%의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셰일원유의 증산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감산을 압도하면서 유가를 끌어내렸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결국 투자자들은 경제 상황에 상관없이 성장주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상반기내내 미국의 경제회복에 대한 의구심과 낮은 인플레이션, 정치적 불확실성 등 각종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꾸준한 매출과 수익을 내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증시 우위가 두드러졌다. 도이치뱅크가 글로벌 주요 투자자산의 상반기 수익률을 달러화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톱10중 9개가 증시관련 지수들이었다. 그리스종합지수(ATHEX)가 40%로 1위를, 스페인 증시(IBEX)가 28%로 뒤를 이었다. 포르투갈 증시 역시 22% 상승하면서 남유럽 3인방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머징 주식을 대표하는 MSCI EM지수도 19% 상승했으며, 범유럽지수인 스톡스(Stoxx) 600지수도 17%가 올랐다. 모두 뉴욕증시보다 좋은 성적표다. 반면 유럽 각 국의 채권 수익률은 달러기준으로 2~9%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의 상승원인으로 각 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을 원인으로 들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2차례 올렸지만 여전히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각 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채권매입) 등을 통해 시중에 푼 돈이 1조5000억달러에 달했다.
상반기 투자자산별 수익률 비교에서 눈에 띄는 것중 하나는 밀(wheat)이다. 달러화 기준으로 20%중반대의 수익률을 올리며 그리스 증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6월만 따로 분석하면 밀의 투자수익률은 19%로 그리스 증시(8%)와 구리(5%), 상하이증시(4%), 유럽은행중(3%)를 압도했다.
위험자산을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금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졌다. 금은 1분기 한 때 가장 각광받는 투자자산의 지위를 누렸지만 상반기 전체로는 10%의 수익률로 도이치뱅크 조사에서 20위권으로 밀렸다. 금은 지난달에도 2% 하락했다.
다만 하반기에도 글로벌 증시의 오름세가 이어질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상반기에 미국과 유럽 각 국은 물론 신흥국 증시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밸류에이션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지난달 월가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가가 고평가돼있다는 응답이 44%를 차지했다. 톰슨로이터 조사에서도 주요국의 하반기 주가 상승률 전망치는 5% 안팎에 그쳤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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