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을 맞은 코스피지수가 버텨낼 수 있을까.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주장한 가운데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승 랠리에 따른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불거진 만큼 국내 증시에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5일 오전 10시4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90포인트(0.04%) 내린 2379.62를 기록 중이다. 지난 4일 13.96포인트(-0.58%) 하락한 코스피는 이날도 약세로 장을 출발했다. 장 초반 기관과 개인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반등했으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는 이틀 연속 '팔자'에 나섰다. 전날 192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현재 407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개인투자자 매수세 유입은 과거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증시 중기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학습효과 덕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2005년 '핵 보유 선언'을 한 후 꾸준히 이어진 핵 관련 이벤트 당시 코스피는 대체로 단기에 회복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5년 2월 이후 총 12번의 북한 핵 관련 이벤트가 발생했고, 다음날 주가가 떨어진 경우는 총 7번이었다"며 "다만 2009년 2차 핵실험과 2016년 4차 핵실험을 제외하면 모두 이벤트 발생 후 10거래일 전에 발생 전 주가를 회복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지난달 2400선을 돌파한 후 안착 과정에서 불거진 북한의 도발인 만큼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전문가들은 무게를 두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례적으로 북한 리스크가 3분기 코스피 변동성 확대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며 "ICBM 발사 성공 사안의 자체적인 불확실성 강도가 강한 데다 코스피 주변 여건 또한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코스피 강세를 이끈 요인인 수출 회복,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 깜짝 실적 등 대내 상승 동력의 힘을 약화 시킬 만큼의 영향력이 있다고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최근 한국 증시 시가총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금액을 넘어섰다"며 "저평가 논리가 약해진 상황에서 재평가 근거가 필요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북한 위험 유입은 코스피 수준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송 연구원은 "북한의 '중대발표'는 한국 경제 및 기업 펀더멘털(내재가치)과 상관 없이 코스피에 단기적인 조정 계기가 될 수 있다"며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북한 이슈를 주요 어젠다(안건)로 채택, 국제 사회에서 추가 조치가 취해질 경우 지정학적 위험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우상향 기조는 남아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당분간 경기방어주 중심의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과거 북한 핵 위기 증폭 국면(2006년·2009년·2016년)에서는 통신, 운송, 필수소비재, 보험, 유틸리티 등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다만 성급한 매도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언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안이 미국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대북 제재 기조가 강화될 수 있는 이벤트"라면서도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되기는 어렵고 북한이 도발의 빈도수를 늘리더라도 실제 도발을 시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이벤트 발생 시 투매로 대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과거 주가 흐름에 기초해 향후 주가를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상으로는 코스피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는 데 그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이전 고점대와 15일 이동평균선 등의 주요 지지대를 이탈하지 않아 계단식 상승 구조가 유효하다"며 "최근 횡보세는 전형적인 강세장의 일환으로, 상승 탄력이 둔화되더라도 하락세로 진행될 가능성 낮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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