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출국 전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무력시위라고 발표하라" 지시
평화 구상에 심혈 기울였던 문 대통령 , '대북 강력 경고'로 급선회
G20 정상들과 회동서 대북 제재·압박 공조 여부 관심
[ 조미현 기자 ] 독일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7~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이룬 나라여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밝히는 곳으로 상징성이 컸다.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남북관계를 이끌겠다고 동의를 받아낸 만큼 문 대통령의 ‘신(新)베를린 선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한반도 냉전 종식 및 평화 공존 실현, 남북경협,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대북 구상을 구체적으로 담은 ‘베를린 선언’에 맞먹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신베를린 선언 수정되나
하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됐다. 북한이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대화와 화해 분위기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일제히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4일 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 훈련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출국 전 참모진에게 “오늘 하는 훈련이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라는 것을 명확하게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출국 전에 ‘이거 무력시위로 나가는 거죠’라고 한마디 하셨다”며 “대통령께서 무력시위로 보이고 싶으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고 메시지에 무게
문 대통령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만큼 쾨르버 연설 내용은 대화 대신 북한의 무력도발을 강력 규탄하고 북한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데 무게가 실릴 것이란 예상이다. 문 대통령은 ‘핵 동결 후 폐기’라는 2단계 북핵 해법을 강조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 어느 정도 이끌어냈다. 양국 정상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과의 대화는 올바른 여건이 이뤄지면 가능하다”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올바른 여건’과 관련, “우리가 특정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지만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 ‘달빛정책’은 시작도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한의 이번 도발로 문 대통령의 단계적 해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략적 인내’ 전략을 펼친 오바마 행정부와 북핵 폐기를 전제로 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이 계속해서 대화와 제재·압박의 병행을 강조해온 만큼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 한번 대화를 위한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G20에서 대북 공조 이끌어낼까
독일 함부르크에서 7, 8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G20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다자간 정상회의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박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 기조도 새롭게 도전받을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응하는 데 있어 국제적인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도 문 대통령의 과제다.
정의용 실장은 “문 대통령이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과 북핵 대응 공조 기반을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7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强) 정상과 단독 회담도 예정돼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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