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분리공시' 통신비에 약일까, 독일까

입력 2017-07-05 19:17  

분리공시 도입 실효성 논란

휴대폰 구매시 주는 보조금, 제조사-이통사 분리해 공시
'마케팅비 노출' 우려하던 삼성 "도입되면 따르겠다"

제조·통신사 지원금 공개 '부담'
지원금 규모 되레 줄어 소비자 구매비용 늘수도



[ 이정호 기자 ] 삼성전자가 분리공시제에 전향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제도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휴대폰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제조사의 지원금과 통신사의 지원금을 별개로 공개하는 분리공시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놓은 통신비 절감 7대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제조사 영업비밀 유출, 공시 지원금 축소 가능성 등 부작용과 제도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어 제도 도입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4일 열린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총괄 모바일영업팀장(전무)은 분리공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여당 의원들의 질문에 “정부 정책이 결정되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국가별로 마케팅 비용 집행이 다르므로 한 국가에서의 마케팅비가 공개되면 글로벌 차원에서 기업 경쟁력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휴대폰 구매자에게 주는 공시지원금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분담한다. 현재는 제조사의 지원금을 통신사의 지원금에 포함해 공시하고 있다. 분리공시제는 예컨대 갤럭시S8 구매자에게 20만원의 지원금을 줬다면 ‘제조사 10만원, 통신사 10만원’으로 지원금 출처를 분리해 공개하자는 것이다.

분리공시제는 2014년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포함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 반발로 막판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그동안 단말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분리공시제 시행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지원금이 휴대폰 출고가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알 수 있는 만큼 출고가 거품이 빠질 것이란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영업비밀인 국내 지원금 규모가 공개되면 해외 영업에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며 제도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달 5일 국내 경쟁사인 LG전자가 돌연 분리공시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데다 유 장관 후보자 역시 “분리공시제 도입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부담을 느끼게 됐다.

분리공시제 도입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그간 지원금 공개를 꺼려온 제조사와 통신사가 지원금 규모를 대폭 줄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규모가 줄면 결국 소비자들은 제값을 모두 주고 단말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게 돼 통신비 인하 체감 효과는 오히려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조사가 단말지원금을 줄여 출고가를 낮추기보다 유통망에 주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늘리는 방안을 택할 수 있어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유통망에 주는 판매장려금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리베이트가 늘면 불법 보조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이 같은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판매장려금 규모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삼성전자와 일선 통신사 유통망이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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