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파편처럼 분리된 한국 사회…포용을 방해하는 8가지의 '덫'은

입력 2017-07-06 11:31  

타성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자기의 확실한 주장도 없이
남의 주장에 '각주'만 달아

위계질서 강한 우리 사회
교만에 빠질 가능성 높아
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포용의 힘 / 정현천 지음 / 트로이목마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제목에 솔깃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근래 한국 사회와 관련해 ‘우리 한국인들이 더 포용적이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포용의 힘》은 포용 그 자체와 포용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다룬 책이다.

‘포용이란 무엇인가’ ‘살아남은 것 대 사라져버린 것’ ‘오래도록 번영한 문명 대 붕괴돼 사라진 문명’ ‘상생을 추구한 리더 대 독존을 선택한 리더’ ‘최고 정예를 선택하느냐 대 너른 포용력을 발휘하느냐’ ‘소통하는 조직 대 소통이 단절된 조직’ 등 책의 1~6장은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을 법한 내용을 찬찬히 설명해 뒀기 때문에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서평자가 깊은 관심을 갖고 봤던 부분은 마지막 7장 ‘포용을 방해하는 8가지 덫’과 8장 ‘진정한 포용을 위한 10가지 가치’다. 이 부분의 내용이 이 책을 추천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근래 한국 사회는 여러 면에서 파편처럼 분리돼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크지 않은 나라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대의를 생각하고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화합과 포용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인간의 본성이 자신의 이익에 충실함을 고려하면 포용은 쉽지 않은 덕목인 것은 사실이다.

포용을 방해하는 8가지 덫은 타성(매너리즘), 선입견(편견, 고정관념), 도그마, 휴브리스(교만), 연고주의, 서열 매기기, 동조화(애블린 패러독스), 완벽주의다. 타성에 관한 글의 말미에 저자는 이런 문장을 더했다. “이 책에서 처방하는 방법은, 항상 근본을 생각하고, 전체에서 사물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배우고, 항상 다음 수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처방이다. 도그마를 다룬 글의 끝자락에는 “자기의 주장이 없이 남의 주장에 각주를 다는 사람만 많아지면 사회는 도그마에 갇히고 맙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진정한 포용을 위한 10가지 가치는 자아확장, 역지사지, 경청과 관찰, 여유와 기다림, 호기심과 회의, 능동성과 유연성, 재분류, 뒤섞기(하이브리드), 군것들, 나를 포용하기로 구성된다.

이들 가치에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서평자는 겸손을 더하면 어떨까 한다. 포용력이 부족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해법에 대한 과도한 확신에서 비롯되는 일들이 많다. 특히 지적 교만이나 오만은 필연적으로 독주를 낳고, 그 독주가 비극으로 연결되는 일들을 우리는 목격하게 된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외관으로 보나 정신적인 면으로 보나 위계질서가 강한 사회다. 따라서 자리가 올라갈수록 스스로 교만해질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한계를 깊이 깨닫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포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현재 상황과 관련해 ‘포용’이란 단어 하나에 눈길이 가는 책이다.

개인과 조직 그리고 나라가 잘되는 해법은 ‘포용’에 있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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