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마카다미아 경제학

입력 2017-07-06 15:02  



(허란 국제부 기자) 몇 달을 기다려도 마카다미아가 나무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호주 동부 돈넬리빌에서 마카다미아 농장을 하는 노아 세콤베씨(39)가 나무 장대를 들고 직접 마카다미아 수확에 나선 이유다.

호주 마카다미아는 보통 2월부터 8월까지 수확한다. 나무에서 저절로 바닥에 떨어진 마카다미아를 기계로 쓸어담는 게 그동안의 방식이었다.

개량종 마카다미아는 사정이 다르다. 잘 안 떨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콤베씨네 마카다미아의 30% 가량이 때가 지나도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하는 수없이 4명의 일꾼이 일주일 내내 1500그루의 나무를 장대로 쳐대며 마카다미아를 떨어뜨렸다.

마카다미아가 건강식으로 떠오르면서 지난 10년 새 세계 마카다미아 생산량은 80%가 증가했다.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호주산 마카다미아는 최근 몇 년 새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마카다미아 수확에 직접 나선 농부들의 인건비도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그런데 왜 장대를 이용할까? 대형 선풍기 바람이나 수압을 높인 호스를 이용해 마카다미아를 떨어트리려고도 해봤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일부 농가는 중세시대 고문 도구를 연상케 하는 기계를 사용했다. 지게차와 트랙터에 체인이나 막대를 연결해 나무를 툭툭 쳐서 마카다미아를 떨어트리는 것이다. 실제 아몬드 생산자들은 집게발이 달린 기계차로 나무 기둥을 잡고 흔들어 열매를 떨어트린다. 하지만 건조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아몬드 나무와 달리 아열대종인 마카다미아 나무는 이런 ‘고문’을 견디기엔 약하다. 세콤베씨가 삼각형 모양의 금속을 끝에 매단 나무 장대를 고안한 이유다.

마카다미아가 제 때 안 떨어지고 나무에 오래 달려있으면 폭우와 해충 피해를 입는다. 아몬드의 병해충 손실분이 생산량의 2%인데 비해 마카다미아의 손실은 15%에 달한다.

호주 마카다미아협회는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방식의 수확기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마카다미아 농장을 운영하는 크리스 쿡씨가 특별 고안한 ‘헤어 롤브러시’ 모양의 기계차를 시험해본 결과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360도 회전하는 유리섬유를 촘촘히 붙여 만든 기둥으로 빗질을 하듯 나뭇가지를 가볍게 털면서 마카다미아를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세콤베씨의 고된 ‘넛잡’도 조만간 끝날 전망이다. (끝) /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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