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정규직되면 교사 자리 줄어든다"
임용고시생 '역차별' 주장
[ 이현진 기자 ] “전일제강사 계약조건을 다 알고 들어왔는데 떼 쓴다고 정규직 되면 노량진에서 임용고시 준비하는 사람만 바보 되네요. 교사도 전문직인데 의사면허 없이 진료 보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임용고시생 김모씨)
교육공무원에 지원하는 임용고시생들이 뿔났다.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행정직원뿐 아니라 교사 역할을 하는 전일제강사·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 요구도 커지면서다. 얼마 되지 않는 교사 자리를 두고 열심히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예비 선생님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영어전문강사·스포츠강사·기간제교사 사이에서는 “기간제로 일정 경력을 쌓으면 정규 교사로 바꿔달라고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일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기간제교원은 정규 교원 임용에서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삭제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불씨를 댕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교원 임용 시 기간제교사 등에게 가산점이나 우선권을 줄 수 있다.
이 법안은 현직 교사와 임용고시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엿새 만에 철회됐다. 하지만 비정규직 교사 사이에선 희망적인 신호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기간제 교사는 “지난해 말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며 “그때도 자진철회하긴 했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어떤 식으로든 처우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용고시생들은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교대 4학년인 문선경 씨(가명)는 “교대·사범대는 교사만 바라보고 달려온 이들이 대다수라 다른 선택도 어렵다”며 “기간제 교사는 어디까지나 정규 교사의 공백을 메우는 자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대생은 “교원자격증만 있다고 다 교사가 아니다”며 “정정당당하게 임용고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비단 비정규직 교사뿐 아니라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학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감이 크다. 또 다른 임용고시 준비생은 “이명박 정부 당시 영어 쪽으로만 예산을 집중하는 바람에 2010년도 임용고시 정원이 크게 줄었다”며 “이번에도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교육공무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2018학년도 채용 규모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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