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강제조항' 논란 따져보니…"미국이 협정 종료 카드로 압박하면 재협상 응할 수 밖에 없을 것"

입력 2017-07-06 18:01  

[ 김일규 기자 ]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서면으로 요구할 경우 한국이 응해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지만 미국이 협정을 강제로 종료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그것은 합의 외의 얘기”라고 했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양측 간 합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협상 테이블에 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미 FTA 협정문상 ‘개정’에 관한 규정만 보면 청와대의 말이 맞다. 개정에 관해 기술한 24장 2조는 ‘양 당사국은 이 협정의 개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서면 합의 없이 협정을 개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협정문상 ‘종료’에 대한 규정은 다르다. 24장 5조 2항은 ‘이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이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규정했다. 미국이 원하면 강제 종료가 가능한 것이다.

FTA 종료 땐 한국의 손해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FTA 발효 직전 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미(對美) 수출은 연평균 3.4%씩 늘었고, 미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은 같은 기간 2.6%에서 3.2%로 높아졌다. FTA가 종료되면 이런 효과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국이 이를 이용해 강제 종료 카드로 압박하면 한국이 재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이 FTA 파기보다는 재협상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지지층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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