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춘호 기자 ]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원래 IBM에 컴퓨터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IBM이 1977년 PC를 개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많은 기업이 PC를 주목하고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인텔과 MS에 반도체와 운영체제(OS)를 주문했다.
인텔과 MS는 결코 PC를 만들지 않았다. PC의 핵심은 반도체칩과 소프트웨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PC의 황금기를 이끌어갔다. 기술 표준을 제정하고 특허 장벽을 쌓았다. 이른바 ‘윈텔(MS의 윈도 와 인텔 반도체의 결합) 제국’을 형성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윈텔 제국이 21세기 들어서도 영원하다고 믿었다. 과점 구조 속에서 인텔의 수익을 따라올 기업이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인터넷 등장과 모바일 생태계는 이들 제국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이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소프트웨어와 속도가 빠른 반도체를 내놔도 소비자들은 인터넷이 더욱 잘되는 컴퓨터를 선택했다. 크롬을 개발한 구글이나 애플, 모바일 칩의 암(ARM) 등이 급성장했다.
급기야 MS는 2011년 전자쇼(CES)에서 인텔의 경쟁사인 암 기반 칩으로 구동되는 윈도를 공개했다. 윈텔시대의 종언을 선언한 셈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MS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암 칩기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MS는 올 5월에도 암 기반의 퀄컴 중앙처리장치(CPU)를 올가을 공개할 윈도10에 내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텔은 지난달 첫 PC에 들어간 CPU(x86)를 선보인 지 40년을 기념하는 글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여기에서 다른 기업의 특허 침해를 강력히 경고했다. MS와 퀄컴을 겨냥한 선전 포고로 해석되기도 한다. 5세대용 통신칩 개발에 주력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장 인공지능(AI)시대엔 센서와 연결된 새로운 CPU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하는 일체형 사고가 기반이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모든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역량을 결집한다. 기업 간 이합집산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구글이나 IBM이 주도하는 AI 딥러닝 시장에 MS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마존은 유통시장에서 한발짝 앞서가고 있다. NVIDIA와 같은 그래픽 반도체업체들도 주목받고 있다. 모두 동분서주하지만 정작 절대 강자는 보이지 않는다. AI의 ‘포스트 윈텔’이 태어날 여명기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익에서 인텔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윈텔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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