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투자, 대기업에 편중…중소기업 모태펀드 참여 확대해야"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 공공복지 투자확대도 주문
"연금 운용 독립성 원칙, 정부 스스로 훼손" 지적도
[ 김일규 기자 ]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때 대기업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의견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는 중소기업에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2100만 가입자가 낸 돈을 정부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6일 ‘소득 주도 성장과 국민연금기금 운용 방향 결정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중 대형주, 재벌기업 투자 비중이 83.3%”라며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 비중이 77%인데 국민연금은 더 많이 재벌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뒤 재벌이 몇 개나 살아남겠느냐”며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분들이 주식 투자 비중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4월 말 기준 약 578조원이며, 이 가운데 114조원(19.7%)이 국내 주식에 투자돼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요 대기업은 삼성전자(지분율 9.03%) 현대자동차(8.02%) 네이버(10.76%) 등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6일 국민연금이 대기업 투자를 줄이는 대신 중기·벤처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이 은행 문턱을 넘기 위해 허덕이고 있다”며 “이것을 개선하는 게 중요한데, 여기에 연금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 모태펀드에 대한 국민연금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이 국공립 의료시설이나 공공 임대주택 투자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보육, 임대주택, 요양 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공채를 발행하면 국민연금이 적극 투자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초기엔 국민연금 재산을 안정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 국공채 투자만 할 수밖에 없겠으나 시간이 지나면 국민연금이 리스크를 부담해 운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이미 2060년이면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됐다(2013년 3차 재정추계)”며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고갈 시기는 훨씬 더 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전체 수익률은 4.75%지만 복지부문 투자수익률은 -1.35%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것도 주문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의 주식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도록 하는 지침이다. 김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재벌의 의사결정 구조 투명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간섭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거버넌스 개편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만들고 위원 구성도 새로 짜겠다는 것이다. 정치·경제 권력의 개입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는 “내년까지 전반적인 조세·재정 개혁을 준비한다”며 “국민연금의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 독립성을 외치면서 새 정부의 사업에는 참여하라는 얘기여서 혼란스럽다”고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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