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명 금융부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두고 금융위원회가 잔뜩 화가 났다고 합니다. 대놓고 말은 않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저의가 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 내용은 이렇습니다. 공정위 내부 개혁을 하겠다고 공언한 김 위원장은 갑자기 이런 말을 합니다. “공정위가 잘못에 비해 너무 많은 비판을 받는 것 같다. 시민단체에서 일하며 봤을 때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했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었다.” 뒤이어 이런 말도 했습니다. “(금융위가 공정위보다 나쁜 짓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더욱 굳어졌다”고 했습니다.
갑작스런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정위는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선제적인 개혁에 나서겠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합니다. 금융위를 비판한 게 아니라 공정위 내부 개혁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공정위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뜻하는 ‘모피아’에 대한 불신을 은연 중에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김 위원장은 학자 시절 모피아를 강도높게 비판하곤 했습니다. 2012년에 펴낸 저서 <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선 “통제받지 않는 모피아는 개혁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얼떨결에 ‘당한’ 금융위는 무척 황당해합니다. 졸지에 ‘나쁜 짓 많이 하는 집단’이 됐기 때문이죠. 김 위원장이 새 정권의 실세여서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금융위 내부 분위기는 이날 오후 ‘부글부글’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였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사석에서도 아니고 공식적인 무대에세 왜 남의 부처를 언급했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 내부에선 같은 공무원을 ‘디스’(래퍼들이 랩 배틀 과정에서 상대 래퍼를 공격하는 것), ‘팀킬’(게임에서 같은 편을 죽이는 행위)한 것과 다름없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옵니다.
재밌는 사실은 김 위원장이 불과 얼마 전에는 금융위를 칭찬했다는 점입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금융위는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청와대에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지만, 자체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허가해주기 어렵다고 판단 내린 겁니다. 금융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시 “금융위를 칭찬해줘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엔 금융위가 나쁜 일을 많이 한다고 지적한 겁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지 얼마 안돼 발언을 정제하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도 “설령 그렇더라도 다짜고짜 남의 부처를 공개장소에서 모욕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고 언짢아했습니다.
새 정부의 경제검찰 공정위와 금융정책 컨트롤타워 금융위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할 지 궁금해집니다. (끝) /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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