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람들은 역사책을 찾는다. 실험실 연구나 가상 시뮬레이션이 어려운 인간 삶의 특성상 참고할 수 있는 최고의 사례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은 지구의 역사가 시작된 46억 년 전부터 인류의 등장과 문명의 출현, 현대사회로의 발전까지를 망라하는 역사서적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닮았다. 이 책의 차별점이자 강점은 저자가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베를린판 편집자 출신 저널리스트라는 점이다. 저자는 “아마추어 역사가가 단순하게 정리한 설명을 통해 인류 역사 전체를 흥미롭게 조망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세계사를 100분짜리 영화에 견준다면 인간이 돌을 쪼개기 시작한 순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구글을 창립하고 로봇과 자율주행 자동차를 발명한 시점까지는 1초가 채 되지 않는다. 저자는 인간이 이른바 ‘농업혁명’으로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이후인 1만2000년 전부터의 역사에 집중한다. 17세기 과학혁명과 18세기 산업혁명·프랑스혁명, 20세기 달 착륙과 21세기 디지털혁명 등이 현 인류에게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장소와 인물, 개념 등을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낸다. 아테네와 로마, 뉴욕과 상하이 등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도시들을 꼽고 모세와 마르틴 루터, 넬슨 만델라 등 인류 역사를 바꾼 인물들을 소개한다. 자유와 돈, 국가, ‘왜’라는 물음 등 역사를 바꾼 거대한 개념들이 무엇이었는지도 다룬다.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저자는 ‘우리는 더 나아지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답은 회의적이다. 그는 “쉽게 냉소하지 말고 어제보다 조금만 더 담대해지는 용기를 갖자. 적어도 더 낫게 실패하자”는 현실적 제안을 한다. (이상희 옮김, 추수밭, 356쪽, 1만75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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