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영업이익 14조 '세계 정상'
"세트·부품 모두 최고수준…괴물 같은 기업"
2000년 이후 매출·영업이익 7배로 성장
모토로라·소니·노키아 차례로 뛰어넘어
[ 노경목 기자 ]
“경직된 제조업 중심의 삼성전자는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빠른 반도체 등에서 우위를 내주며 핀란드의 노키아와 같은 몰락에 빠질 것이다.”
지난해 초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이라는 책에서 이같이 말했다. 돌이켜 보면 삼성전자는 언제나 그런 식의 비관론에 시달렸다. 소니와 노키아를 차례로 제쳤을 때 성공에 대한 찬사보다는 “더 이상 추격자 전략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으로 경영 현장을 떠났을 때는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괴물 같은 회사”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개별 사업 하나하나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는 부품과 세트사업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 160여 개국에 거미줄 같은 영업망을 돌리고 있는 종합 전자회사로서 경기변동에도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 경쟁사들이 가끔 “삼성전자는 정말 괴물 같은 기업”이라는 찬탄을 보내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매출 최대 237조원, 영업이익 53조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모두 2000년 대비 7배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의 힘은 예나 지금이나 반도체다. 전자업계에서는 60조원의 2분기 매출 중 23%가량인 14조원이 메모리반도체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메모리 부문의 영업이익은 7조원을 넘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D램 영업이익률이 50%대 후반, 낸드플래시는 40%대 중반에 이르는 데 따른 결과다. 스마트폰과 가전사업의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인데도 회사 전체로 23.3%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반도체의 수익성 때문이다.
D램 반도체 하나의 가격은 대략 3달러, 낸드는 5달러 안팎이다. 메모리 제품별 매출 추산치를 토대로 역산하면 D램은 약 23억6704만 개, 낸드는 8억7500만 개가 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통 D램의 무게가 0.006g, 낸드는 0.01g인 점을 감안하면 가로·세로 1㎝로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가 1t 트럭 2298대를 가득 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해 전체 반도체 부문에서 총 18조원의 매출을 올려 16조원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인텔을 제쳤다. 1993년 이후 왕좌를 지켜온 인텔을 몰아내고 최초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의 권좌에 오르는 것이다.
◆FANG 모두 합쳐도 안돼
글로벌 주요 기업과 비교하면 분기 영업이익 14조원이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진다.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일본 도요타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4조4600억원에 그쳤다. 중전기 업계의 최강자 지멘스는 3조2800억원을 벌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구글이 1분기에 7조45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가 6조3500억원을 벌어들였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4대 IT 업체인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이른바 ‘FANG’의 2분기 영업이익을 모두 합쳐도 111억5000만달러(약 12조91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1분기 영업이익은 2조5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빠르게 성장한 2000년 이후 전자업계는 적자생존의 싸움터였다. 모토로라 소니 키몬다 노키아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을 잃고 쇠락하는 동안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강구도를 형성하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2004년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소니를 추월했다.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에 모바일시장 1위를 내줬지만 2008년에는 처음으로 매출이 100조원을 넘기며 도요타의 영업이익도 제쳤다. 2012년에는 매출 200조원을 넘기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2013년에는 갤럭시S4의 흥행돌풍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30조원을 처음으로 넘겼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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