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프 꿈나무들이 방송통신고로 간 까닭은?

입력 2017-07-08 03:26  

현장에서

주중 대회 출전 쉬운 '피난처'
방송통신고가 대세로 떠올라
"일반고 학생 역차별" 불만도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이관우 기자 ] “누구는 많아야 다섯 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고, 누구는 출전 제한이 없으면 이게 형평에 맞는 건가요?”

외동딸이 고등학교 골프 선수인 ‘골프 대디’ L씨는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박인비 같은 골든슬래머가 꿈인 딸의 뒷바라지가 힘겨워서가 아니다. ‘요즘 아마추어 골프계 돌아가는 꼴’이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워서다. 한마디로 “어이없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뭐가 문제일까.

시작은 이른바 ‘최순실 사태’ 이후로 정부가 엘리트 스포츠 선수의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틀어쥐면서부터다. 정부는 당초 고등학교 골프 선수의 경우 한 해 최대 출전 횟수를 3회로 제한했다. 운동선수도 공부가 우선이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수업 시간 이외의 대회까지 출전을 막는 건 기본권 침해”라며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났다. 이에 교육부는 수업 일수 손실이 없는 주말과 방학 중 출전한 대회는 횟수 제한에서 뺀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그러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주말에 주로 출석수업을 하는 방송통신고등학교 소속 선수를 자녀로 둔 일부 학부모가 의문을 제기했다. “새 방침대로라면 수업일수와 최저학력 규정만 다 지키면 대회 출전 횟수 제한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느냐”는 것이었다.

교육부가 고심 끝에 “학업 규정을 다 지킨다면 인위적으로 출전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새로운 입장”이라는 취지의 비공식적인 해명을 내놨다.

방송고가 이때부터 그야말로 ‘대세’로 떠버렸다. 친구 관계나 ‘학맥’ 등을 굳이 중시하지 않는다면 주중 대회가 대다수인 현실에서 골프선수에겐 가장 훌륭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진학과 편입 바람이 한꺼번에 분 것이다.

지난 6일 끝난 KB금융그룹 아마추어챔피언십에는 최종 본선 진출자 37명 중 12명이 방송고 재학생이다. 전체의 32%다. 특히 ‘톱10’ 중 2위부터 7위까지가 모두 방송고 학생들로 채워졌다.

상위권에 입상한 한 학생은 “주중에는 대회와 연습에 집중할 수 있고, 나가고 싶은 대회도 좀 더 쉽게 골라갈 수 있어 상대적으로 성적이 유리하게 나오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귀띔했다.

반면 주중 수업 부담이 늘어난 일반고 소속 학생을 둔 부모들의 속내는 복잡해지고 있다. 학부모 B씨는 “부럽기도 하고 국가대표 선발 경쟁에서 불리해질까 불안하기도 하다”며 “출전 자체가 경쟁이 되다 보니 서로 출전 횟수 제한 규정을 어기는지 감시하는 살벌한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 해에 골프 국가대표는 남녀 8명씩을 선발한다.

방송고로 전학 보내달라는 딸아이에게 시달린다는 그가 한마디 더 했다.

“처음부터 수업일수와 최저학력제만 밀어붙였으면 될 일인데, 굳이 대회 출전 횟수 제한이라는 무리수를 뒀다가 문제가 돼 철회하다 보니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는 겁니다. 규정을 어긴 건 아니라 할 말이 없지만 공부를 하고 싶은 사회인들이 가야 할 특수학교에 골프선수가 북적인다는 게 좀 씁쓸하네요.”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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