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한 신흥국 시장

입력 2017-07-09 14:26  

실적 개선 앞세워 증시 '활활'
5월까지 34조원 자금 유입

오인석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



2007년 이전 중국 또는 브릭스(BRICS) 펀드 투자자들은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흥국 주식시장은 못생겼다고 무시당한 미운 오리새끼가 하늘을 나는 백조로 변신한 듯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는 올 들어 6월13일까지 12% 넘게 올랐다. 2015년과 2016년,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펀드에서 각각 725억달러(약 82조2000억원)와 26억달러(약 3조원)가 유출됐으나 올해 들어서는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신흥국 주식형펀드에 유입된 누적금액은 약 300억달러(약 34조원)에 이른다.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신흥국 경제가 회복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신흥국의 선진국 대비 경제성장률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주식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으로 선진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신흥국 증시도 2011년 이후 주가수익비율(PER)이 상승했으나 선진국 증시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크지 않다. 반면 선진국 증시 PER는 현재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환율도 신흥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화 강세 시기에는 신흥국 증시가 부진할 때가 많고, 달러화 약세 시기에는 위험 선호 현상이 나타나며 신흥국 주가 지수가 상승한다. 지금은 달러화 가치가 고평가돼 있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경우 홍콩 시장 투자 전망이 중국 본토 시장보다 유망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부동산 과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본토 주식 시장은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시장이다. 다만 홍콩 H지수(홍콩과 중국 본토에 동시 상장된 중국 기업 40개로 이뤄진 주가지수)는 금융과 에너지 기업 비중이 70%를 넘는다.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고성장을 구가하는 인도는 취약하던 정치적 구심점 문제가 개선돼 주가가 오르는 분위기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원자재 의존도가 큰 나라들이다. 2007년까지 두 자릿수의 초고속 성장을 했던 중국 덕에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두 나라 주가도 급상승했다. 이후 장기간 하락 사이클을 겪으며 부진했지만 지난해 초부터 돌아서는 추세다. 올해 들어 잠시 쉬어가는 흐름이 나타나지만 긴 하락 사이클은 끝났다고 판단된다.

다만 신흥국은 선진국 대비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따라서 단일 국가에 투자하는 상품보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 분산 펀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최근 신흥국 전체 국가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신흥시장 분산 주식형 펀드뿐 아니라 특정 지역 내 여러 나라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아세안 또는 아시아 펀드도 출시됐다.

오인석 <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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