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정책은 일종의 ‘블루오션 정책’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실용적 협력외교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가 새로 출범함에 따라 개도국과의 협력 전략도 글로벌 파트너십 관점에서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2015년 개최된 제70차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2030년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개발 의제’가 채택됐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환경 측면을 아우른 통합적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새로운 개발 목표로 도입됐다. SDGs는 기존의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확대한 것으로,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 230개의 이행지표를 담고 있다. SDGs가 도입되면서 협력 분야와 이행수단은 크게 확대됐고 다양한 개발 과제도 상호 연계·통합됐다. 특히 원조정책을 무역·투자·환경 등 다른 분야와 연계한 신개념 개발목표 달성이 핵심 정책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은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이를 계기로 공적개발원조(ODA) 정책을 선진화하고 원조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재정 규모의 제약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공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해나가는 데 여전히 많은 한계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도국과의 협력을 전략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ODA뿐만 아니라 개도국에 대한 시장접근 조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빈국을 포함한 개도국을 대상으로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개도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것이 ‘호혜적인 관세인하 조치’라고 한다면 GSP 도입은 ‘시혜적인 특혜관세 조치’다.
GSP를 도입하면 동남아시아, 인도 등 주요 개도국과의 무역 및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주요 정책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부분균형모형을 활용해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GSP 도입은 개도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과 한국 간 경제협력 기회도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신기후체제에 대비한 중장기 국가정책 수립도 시급하다. 한국은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수립 주체가 대통령 소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2010년 환경부 소속 자문위원회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로 이관됐다. 그만큼 SDGs에 대한 총괄 및 실행 체계가 미비했다. 다행히 새 정부가 ‘지속가능발전’을 국정기조로 설정하고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와 통합해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위원회’로 격상시키려 하는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유엔이 채택한 SDGs를 토대로 2030년 국가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수립하고 대내외적인 이행전략을 마련해나가는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개발협력 활동을 연계하는 방안이 적극 모색돼야 한다. 개발협력 활동은 개도국이 저탄소 발전 경로로 나아가도록 지원하고 한국의 진출 기반을 확대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SDGs의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일관성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국제적 리더십을 넓혀나가기 위한 개도국 지원 전략도 조속히 수립돼야 한다.
◆이 글은 2016년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로 발간한 SDGs 도입 이후 개도국 협력전략과 대응과제: 무역과 기후변화의 정책일관성을 중심으로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권율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태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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