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압력 커지는 원·달러 환율
ECB, 양적완화 축소 언급에 영국·캐나다 중앙은행도 합류
한은도 환율전망 수정 움직임
Fed, 9월 추가 금리인상에 보유자산 축소땐 파급력 커
유가급락도 강달러 부추겨
한경이코노미스트 10명중 6명 "원·달러환율 상승세 지속"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커져
[ 김은정 / 하헌형 기자 ]
올 상반기 기를 펴지 못했던 미국 달러화가 강세 전환하게 된 건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연이어 긴축 시사 발언을 토해내면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으로 단기적 원화 가치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주요국이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를 내비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연초만 해도 환율 1100원대
올 1분기만 해도 분위기가 달랐다. 하반기 강(强)달러를 내다본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효과로 12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만큼 ‘트럼프노믹스(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가 추진력을 갖지 못하면서 올 들어 환율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상반기 두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지만 ‘예상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로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진 못했다. 여기에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한 한국 경제가 개선세를 띠고 글로벌 투자자금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 지난 3월엔 환율이 1110원대로 내려앉으며 상반기 평균 환율은 1141원50전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1160원90전) 대비 약 20원 떨어졌다.
글로벌 긴축으로 분위기 반전
분위기가 반전된 건 지난달 말이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처음으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와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긴축 시사 대열에 가세했다. Fed가 오는 9월 보유 자산 축소를 시작하면 하반기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통상 유럽 등 다른 선진국이 긴축 방향으로 돌아서면 달러 가치 상승은 제한되기 마련이지만 ECB가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더딜 가능성이 높은 데다 미국 경제가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엔 다시 힘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오히려 달러화 가치는 올랐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올초만 해도 배럴당 50달러대였던 국제 유가가 최근 40달러대 중반까지 내려오면서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를 심화시켜 달러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유럽까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는 분위기여서 다른 나라에 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원화가 강세를 띠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마저 환율 전망 수정 분위기
글로벌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까지 고민했던 한국은행조차 환율 전망을 바꾸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한은의 외화자산에서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70.3%였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던 한은은 최근 들어 외화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상반기 강달러 완화 전망이 바뀌고 있기 때문”(한은 관계자)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상반기엔 ‘러시아 스캔들’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 등 비(非)경제적 이벤트로 인해 통화정책 이슈가 시장에 반영이 덜 된 경향이 있다”며 “하반기 Fed의 금리 인상과 보유 자산 축소가 동시에 이뤄지면 달러 강세 폭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인자금 이탈 우려도
원화 약세 가속화를 점치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대표 경제 전문가들로 이뤄진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 회원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환율 전망 설문조사를 한 결과 6명이 원화 약세 기조를 예상했고, 그 가운데 3명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하반기엔 상반기 수준의 수출 호조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 움직임이 가시화하면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다만 달러화 가치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엇갈리는 미국 경제 지표 속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상연 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장,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임지원 JP모간 이코노미스트, 채현기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은정/하헌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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