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원안위만 명령 권한" 산업부는 "공익적 요청일뿐"
한수원, 13일 이사회 열어
공사 잠정 중단 의결땐 노조·지역주민 고소 예고
[ 김일규 기자 ] 문재인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탈(脫)원자력·탈석탄화력’ 정책의 법적 근거를 놓고 정부와 건설·전력업계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수원 vs 노조·지역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요청한 것에 대해 “에너지법 4조에는 에너지공급자인 한수원이 국가 에너지시책에 적극 협력할 포괄적인 의무가 규정돼 있다”고 10일 밝혔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할 것을 결정했고, 산업부가 이 결정에 따라 한수원에 중단 요청을 한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산업부는 “특히 한수원이 공기업이라는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건설업계 입장은 다르다. 원자력안전법상 공사정지 명령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건설업자 귀책사유 등이 있을 때 내릴 수 있도록 한 점을 고려하면 명령의 주체도, 이유도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원안법 17조는 허가취소·공사정지 명령은 원안위가 사업자 귀책사유, 당초 허가된 계획과의 불일치를 사유로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원안법 17조에 따른 공사정지 명령은 안전을 위한 규제적 관점에서 취해지는 것”이라며 “공익적 결정에 따른 단기적인 공사 중단을 원안법 규정 위반으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5·6호기 공사 잠정 중단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수원 노조와 지역 주민들은 이사회 의결이 이뤄질 경우 이관섭 한수원 사장과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 역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도”
산업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지난 6월 한 달간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기 8기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내년부터 매년 3~6월, 4개월간 가동 중단을 정례화하는 것도 현행법을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산업부는 전기사업법 5조에서 전기사업자가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을 적정하게 관리·보존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의무화한 점을 고려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전력업계에선 특정 발전기의 가동을 중단해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전기사업법에 의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사업법 21조는 전기사업자가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23조와 24조는 금지 행위를 할 경우 행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6월 한 달간 노후 석탄발전기 가동을 중단해 발생한 전기료 인상분(0.2%·약 680억원)은 한국전력에 부담하도록 했지만 내년 이후엔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노후 석탄발전기 가동 중단으로 전기료가 올라갈 경우 전기사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기업과 가계가 대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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