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 '성의' 보일 방안 고민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얼굴)이 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단행키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두 후보자를 임명하는 데 앞서 야당을 설득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송·조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 방침을 정한 바 없다”며 “다만 당장 11일에 임명할지, 아니면 2~3일 동안 야당을 설득하는 시간을 가질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4박6일간 독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각종 경제지표와 북한 동향, 정국 관련 보고를 받았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와 국무총리 오찬 회동은 연기됐다.
문 대통령은 송·조 후보자 임명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로 출국하기 전 국회에 10일까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요청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연계하며 두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야 3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출석도 거부했다.
국회 파행으로 여당 지도부 일부에서 문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철회하지는 않기로 했다. 정부 구성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동안 17명의 장관 가운데 11명만 임명장을 받았다. 송 후보자의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송 후보자가 지명된 후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국방부 장관 후보군 중에서 송 후보자가 그나마 깨끗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 후보자는 학자 출신이라 문 대통령이 강조한 노사 간 대타협을 이룰 적임자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넘어서고 있는 것도 임명을 단행할 명분으로 청와대는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약속한 야당과의 협치를 스스로 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점은 부담이다. 이를 의식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법적으로 두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는 11일 임명을 강행하기보다 야당을 설득하는 ‘성의’를 보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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