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주펀드, 수익률 뛰어도 환매 '몸살'

입력 2017-07-11 17:11  

올 들어 평균 수익률 27.8%
5604억 순유출…투자자 차익실현



[ 나수지 기자 ] 삼성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삼성그룹주펀드 수익률이 올 들어 약진하고 있다. 하지만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는 수익률 상승이 달갑지만은 않다.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늘면서 설정액이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여서다.

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성그룹주펀드 수익률은 평균 27.8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인 16.83%를 압도한다.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 들어 35% 오르며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삼성전기(99%) 삼성바이오로직스(92%) 등 다른 계열사 주가도 급등해 펀드 수익률에 보탬이 됐다.

수익률 고공행진에도 펀드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삼성그룹주펀드에서는 5604억원이 순유출됐다. 전체 삼성그룹주펀드 설정액(2조7670억원)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펀드에 물렸던 투자자들이 앞다퉈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그룹주펀드는 지난 3년간 부진한 성과를 냈다. 2014년과 2015년 수익률이 각각 -13.26%, -3.30%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4.07%로 손실을 냈다.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운용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올 들어 5000억원 이상이 한투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에서 이탈했다. 한투운용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한국투자삼성그룹리딩플러스’ 등 업계에서 가장 큰 1조9000억원 규모의 삼성그룹주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는 설정액에 비례해 운용보수를 받기 때문에 환매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나빠진다”며 “펀드 운용 성적이 좋아져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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