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특허 늘려라"
박 전 대통령 지시 확인…청탁 여부는 못 밝혀
[ 정인설 기자 ] 감사원 관계자는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늘리라고 경제수석실에 지시하고 기획재정부로 이런 방안이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관세청은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3곳을 새로 선정한 뒤 추가 특허 여부는 향후 2년마다 검토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말 경제수석실에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를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발급하고 면세점 제도 개선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을 19대 국회 내에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청와대와 기재부, 관세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관세청은 지난해 4월29일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2016년 안에 추가로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17일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DF, 호텔롯데, 탑시티면세점 등 4곳을 추가로 선정했다.
감사원은 선정 과정에서의 청탁 의혹과 관련,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감사에서 드러난 부분은 없었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관련자를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 여부가 밝혀질 전망이다.
면세점 선정 특혜 의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맞닿는 지점이 많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감사 결과에 따른 검찰의 후속 수사가 국정농단 사건의 재수사 성격을 띠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면세점 추가 선정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면세점 추가 선정 같은 현안 해결을 대가로 최순실 씨의 K스포츠재단에 롯데가 70억원을 추가로 출연하도록 해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다. 감사원은 “미르·K스포츠에 기부금을 출연한 기업이 출연 대가로 시내면세점 특허를 발급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감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 및 관련자 진술만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며 특혜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향후 검찰 수사는 최씨가 면세사업자 선정·탈락 과정에 개입했는지, 그 과정에 청와대의 지시·개입이 있었는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이 작년 12월 국회로부터 면세점 감사요청을 받은 뒤 7개월 만에 그 결과를 내놓은 것을 두고 정치적 감사라는 분석도 있다. 적폐 청산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정부 인사들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인사가 개입된 4대강 사업 감사도 벌이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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