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때우는 근무 없애라"…일본, 성과연봉제 전격 도입

입력 2017-07-11 17:41  

일하는 방식 뜯어고치는 일본

"실적만 내면 하루 2시간만 출근"
유연한 근무로 업무 생산성 확대

연 104일 이상 휴일도 보장 "오래 일하지 말라" 잔업도 제한



[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 정부가 근로시간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 ‘탈(脫)시간급’ 제도를 도입한다. 연소득 1075만엔(약 1억817만원) 이상인 고소득 직원이 대상이다. 업무가 많을 때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않고 심야근무를 하는 대신, 일이 없으면 하루 두 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근무시간이라는 획일적 기준이 아니라 성과라는 실질적 기준에 따라 연봉이 정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뿌리내리면 보수적인 일본 기업 문화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시간 대신 성과로 연봉 결정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업무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는 탈시간급 제도를 포함한 노동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가을 임시의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탈시간급 제도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규제 예외(white collar exemption)’ 정책을 본뜬 것이다. 연봉 1075만엔 이상 고소득 근로자를 대상으로 노동시간 규제에 예외를 두는 방식이다. 해당 근로자는 하루 여덟 시간, 주당 40시간의 노동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외환딜러와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의약품 개발자 등이 이 제도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적잖게 남아 있는 일본에선 연공서열에 기초한 획일적 임금체계를 운용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중간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 중심의 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기업에 비해 근로시간이라는 낡은 평가 기준만 갖고 있는 기업이 상당수다.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 주당 4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비중(21.3%)은 미국(16.6%), 영국(12.5%), 독일(10.1%) 등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다.

획일적인 임금제도는 근로자가 자유로운 업무 방식을 선택하거나 업무 재량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지목됐다. 후진적 임금제도가 기업 생산성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선 노동 유연성을 보장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해 2015년 4월 탈시간급 제도 도입 등을 포함한 노동기준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가 ‘잔업수당 제로(0) 법안’ ‘과로사 촉진 법안’이라고 반발하면서 도입이 지연됐다. “탈시간급제를 도입하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장시간 근로 방지책 포함

2년 넘게 제도 도입이 미뤄지자 일본 정부는 야권과 노동계 비판을 일부 받아들였다. 일정 기간 이상 휴일을 보장하는 등의 보완책을 담은 노동기준법 수정안을 마련해 제도 도입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근로자가 연간 104일 이상의 휴일을 확보할 수 있게 의무 근로시간 상한 설정과 연속 휴가 여부를 노사 합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노동기준법에 포함하기로 했다.

블루칼라를 포함한 일반 근로자의 잔업시간 상한을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정한다는 내용도 법에 명시할 방침이다. 단 잔업시간은 노사가 합의하면 연 720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노동기준법 개정안 통과에 야당인 민진당의 협조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도쿄 도의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참패한 뒤 민진당이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까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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