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는 '방향성'을 먹고 자란다

입력 2017-07-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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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수 꾸준히 상승·하락할 때 최선의 결과…장기투자자에겐 불리


[ 나수지 기자 ]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기초지수가 방향성을 갖고 오르거나 떨어질 때 투자하면 유리하다. 일반 ETF는 기초지수의 등락폭에 비례해 수익률이 결정되지만 레버리지 ETF는 등락폭의 2배만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지수가 횡보하거나 박스권에 빠질 때는 일반 ETF보다도 못한 성적을 내기도 한다.

레버리지 ETF의 장점은 단기간에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코스피 200지수는 21% 올랐다.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일반 ETF는 이와 비슷한 수익을 냈지만 레버리지 ETF는 상품에 따라 41~43%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정보기술(IT)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미래에셋TIGER200IT레버리지 수익률은 80%에 육박했다. 코스피지수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라면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는 게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주가가 제자리에서 오르내리는 경우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와 ETF 가격을 모두 100이라고 가정하자. 기초지수가 첫날 10% 오르고 둘째날 10% 떨어지면 일반 ETF의 누적수익률은 -1%가 된다. 100→110→99 순으로 ETF 가격이 바뀌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의 누적수익률은 -4%로 손실폭이 커진다. 20% 올랐다 20% 떨어지면 100→120→96 순으로 ETF 가격이 바뀐다. ‘음의 복리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가 장기투자에는 불리하다고 지적한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 팀장은 “레버리지 ETF가 기초지수 기간수익률의 2배가 아니라 일간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며 “주가의 방향성을 잘못 짚으면 복리 효과가 ‘부메랑’이 돼 수익률이 급속히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가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는 기간에만 단기간에 투자하는 전략을 짜는 것이 유리하다”며 “추종지수의 변동성이 커지거나 박스권에 빠진다 싶으면 서둘러 철수 작전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ETF와 비교하면 수수료도 많이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의 수수료는 연 0.15%지만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KODEX 레버리지’ 수수료는 연 0.64%로 네 배 이상 높다. 선물거래를 동반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어서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레버리지 ETF는 37개다. 지수 상승폭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27개, 지수 상승폭을 거꾸로 두 배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가 10개다. 투자할 수 있는 기초지수는 주가지수 외에도 달러, 금, 국고채 등으로 다양하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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