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27.9%로 낮춘 개정 대부업법이 시행된 것은 지난해 3월, 19대 국회 작품이다. 경제적 약자의 금융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겠다는 ‘선한’ 의도였다. 하지만 저소득층에도 신용대출을 하던 대부업체 79개 중 17개가 폐업하고 13곳은 신용대출을 중단했다고 한다. 은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비싼 조달금리, 높은 부실률 등 공급자 쪽 사정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탓이다.
문제는 업계에 닥친 충격이 이용자에게 그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금융 시장은 위축됐고, 남은 업체들도 담보대출이나 채권추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200만 명에 달하는 대부업 이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이라는 진짜 무섭고 어두운 시장으로 내몰릴 지경이 된 것이다. 2010년 일본이 상한금리를 연 29.2%에서 20%로 제한하자 대부업체가 절반 이하로 줄면서 불법 사금융이 급증했던 전철을 밟을 판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에 높은 이자로 고통받는 이들의 애로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무리한 추심은 없는지, 불공정 약관은 없는지, 업계의 탈세는 없는지 정부가 주시해야 할 게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에 개입해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 이중가격을 형성하거나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시장에서 쫓아내는 역효과만 초래한다는 것은 ‘로베스피에르의 우윳값 통제’ 이래 계속된 교훈이다.
‘의도는 선해 보이지만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수없이 경고해도 선거 때면 가격 개입·통제라는 헛된 구호는 늘 되풀이된다. 새 정부 들어서도 치킨값이 공공요금처럼 돼가고 있다. 가격고시제 등으로 원가공개를 압박하고, 가격을 올리면 세무조사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통신비를 끌어내릴 지속가능한 방안은 경쟁활성화뿐이라고 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1만원 강행, 일련의 고용시장 개입 정책도 본질에서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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