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물량 많은데 왜 오르나
올해·내년 20년來 최대 입주…경기도 외곽·지방에 몰려
[ 김진수 기자 ]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39만4166가구와 39만1012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한다. 1997년(43만1580가구)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입주 물량이 급증하면 집값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서울과 경기도 인기 주거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이 지방과 경기도 외곽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작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과 서울 인접지역에선 예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의 입주가 이뤄지다 보니 집값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전체 입주 예상 물량은 12만9000여 가구다. 이 중 80%가량이 화성(2만2516가구) 김포(1만1793가구) 수원(1만1676가구) 시흥(1만1523가구) 평택(8881가구) 용인(7718가구) 등 수도권 남부에 집중돼 있다. 서울에서 40㎞ 떨어진 2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 출퇴근이 쉽지 않아 서울 수요를 대체하기 어렵다. 수서발 고속철도(SRT) 역세권 단지 등을 제외하면 서울 출퇴근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벗어난다는 얘기다. 동탄2신도시 같은 신도시 물량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 개별 단지도 적지 않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지역은 위례 분당 하남 과천 정도”라며 “평택 등 수도권 남부 입주 물량은 강남 부동산 시장에서 볼 때 딴 세상 얘기”라고 지적했다.
맞벌이 증가, 직주(職住)근접 선호 등으로 서울 선호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서울 입주 물량은 정체돼 있다. 2008년 5만5502가구가 입주한 이후 매년 2만~3만 가구 입주에 그치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향후 2년간 수도권 외곽지역에선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전세난과 아파트값 하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만 입주 물량이 연 2만~3만 가구대인 서울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수도권처럼 지방에서도 수급 여건에 따른 차별화가 극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2012년 이후 반등세로 돌아선 전국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부터 ‘수도권 강세’와 ‘지방 약세’라는 두 갈래 방향으로 나누어졌다. 지방 내에서도 움직임은 제각각이다. 올 들어 부산을 제외하고 대구 울산 등 대부분 광역시 집값은 약세다. 같은 지방 도시 내에서도 혁신도시 같은 신도시와 구도심 간 상반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000년 이후 전국 부동산 가격은 지역별 수급 여건에 따라 제각각 움직이고 있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차별화, 수도권 내에서의 차별화 등은 구조적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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