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땐 은행 예금이 최고"…매달 3조씩 늘어

입력 2017-07-12 17:39   수정 2017-07-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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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대 금리에도 950조 몰려 '사상 최대'

부동산 시장 활황이지만 은행 예·적금도 꾸준히 증가
미국 금리상승기엔 돈 더 몰려

단기 부동자금 1025조 돌파…5개월 만에 15조 급증



[ 김은정/안상미 기자 ] 은행 예·적금에 돈이 쌓이고 있다. 초저금리에도 높은 수익률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오히려 예·적금이 각광받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만혼(晩婚)과 고령화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진 데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주택 경기 활황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아지긴 했지만 당분간 예·적금 선호도는 시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매월 3조원씩 늘어난 예·적금

국내 은행의 총예금(저축성예금+요구불예금)은 올 들어 매월 3조원가량 늘고 있다. 1000조원 수준에 머물던 은행 예금이 급증한 건 역설적이게도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사상 첫 연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면서부터다.

한은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2015년 3월 기준금리를 연 2%에서 연 1.75%로 낮췄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정기 예·적금 금리를 앞다퉈 연 1%대 초·중반으로 내렸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예·적금 금리가 마이너스나 다름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정기 예·적금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관측은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예·적금은 꾸준히 늘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예·적금에 돈이 더 몰렸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리도 오를 수 있어 당분간 만기가 짧은 정기 예금에 돈을 넣어두고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리를 낮춘 2015년 3월부터 올 5월까지 만기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75조6751억원(8.6%) 늘었다. 한은이 금리를 연 1%대로 낮추기 직전 2년2개월 동안 오히려 1조842억원(-0.1%) 줄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올 들어서도 예·적금에 대한 관심은 꾸준하다. 올 하반기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영국 등 주요국이 통화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은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와 높아지는 청년 실업률 등으로 자녀 교육비, 의료비를 포함한 은퇴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300兆 돌파 앞둔 단기 부동자금

이렇다 보니 국내 단기 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올해 5월 말엔 1025조243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또 경신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달아오른 주택 경기에 힘입어 올 들어 단기 부동자금 증가 폭(14조9460억원)이 지난해 하반기 증가 폭(43조3720억원)에 비해 일시적으로 줄긴 했지만 단기 부동자금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단기 부동자금은 말 그대로 중·장기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도는 돈을 뜻한다. 이 중 만기 6개월 미만 정기 예금은 올 들어 5월까지 6조8897억원(11.4%) 늘었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들도 과감한 투자보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정기 예금 등을 통해 현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은행에 쌓여 있는 1240조원의 예금 중 기업의 예·적금은 355조9133억원으로 1년 전(340조8733억원)보다 15조원가량 증가했다. 가계 예금(16조원) 증가 폭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지 못하거나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아무래도 투자를 꺼리고 돈을 묶어놓을 수밖에 없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고 미래에 대한 가계의 불안을 줄이지 못하면 은행권 예금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안상미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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