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M&A 전문 로펌’ KL, 2년만에 5대 로펌 넘본다

입력 2017-07-12 17:41  

상반기 9533억 자문해 5위 율촌과 격차 줄여
'베테랑 변호사가 거래전반을 더빨리 반값에'가 비결



이 기사는 07월12일(04:4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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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합병(M&A)과 중재 전문 로펌’을 내걸고 2015년 말 문을 연 KL파트너스가 어느새 5대 로펌의 자리를 엿보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 변호사가 M&A 거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면서 더 빨리, 대형 로펌의 반값에 자문하는 것이 성공비결이다.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의 2017년 상반기 리그테이블 집계결과 KL파트너스는 7건, 9533억원어치의 M&A를 자문해 8위에 올랐다. 금호타이어 인수(거래규모 9550억원) 한 건으로 7위에 오른 외국계 로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5대 로펌 다음이다. 지난 2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세종 율촌 태평양 등 5대 로펌의 연평균 자문실적은 10조7935억원이었다. 반면 6위 로펌 평균은 1조3417억원으로 5대 로펌과 10배 차이가 났다. KL파트너스는 5위 율촌(1조9985억원)과의 격차를 절반으로 좁혔다.

2015년 11월 김범수 김준민 이성훈 이은녕 등 세종 출신 변호사 5명이 이니셜을 딴 KL이란 이름으로 업무를 시작한지 1년 반만이다. 그 사이 변호사가 19명(자문 11명·중재 8명)으로 4배 늘었지만 여전히 대형 로펌 변호사의 10%에 불과하다.

대형 거래를 주도하는 대기업과 초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대형 로펌을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 M&A 시장은 5대 로펌이 사실상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자연히 중소형 로펌의 생존전략은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었다. KL파트너스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대기업과 PEF들이 단순히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찾는게 아니라 함께 일해 본 특정 변호사를 콕 집어 선임하는 추세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콕 집어 선임되는’ 변호사들끼리 로펌을 차려 빈번한 이해상충과 느린 업무처리 속도, 과다한 비용 등 대형 로펌의 단점을 제거해보자는게 KL의 출발이었다.

수많은 대형 고객들을 소수의 대형 로펌이 자문하고 변호사 한 명당 업무부담이 과중하다보니 이해관계가 자주 엇갈리고 만족도도 떨어진다는게 KL의 진단이었다. 특히 ‘신참 변호사의 자료수집→중고참 변호사의 계약서 및 법률의견서 초안 작성→파트너급 고위 변호사의 검토’로 굳어진 관료화가 서비스 속도는 더디게, 비용은 가중시킨다고 봤다. KL 변호사들이 모두 대형 로펌에서 20년 안팎으로 일했기 때문에 보이는 단점들이었다.

KL은 자문과 분쟁 업무에만 집중해 이해상충의 소지를 줄였다. 파트너급 고참 변호사가 자료수집부터 마무리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해 속도는 높이고 비용은 대형 로펌의 1/2~2/3로 줄였다. 대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KL을 M&A 법률자문사로 쓰기 시작했고 로펌의 이름값보다 변호사의 질과 의사소통 능력을 중시하는 외국 기업들이 여러건의 중재 사건을 맡겼다.

팬오션과 마루망코리아를 각각 인수한 JKL과 오케스트라PE 등 10여곳의 중견 및 신생 PEF 고객 역시 ‘KL 돌풍’의 숨은 힘이다. 법률지식 뿐 아니라 거래구조 구성, 자금모집, 가격협상 등 거래 전반에 대한 조언을 로펌에 기대하는 중견 및 신생 PE의 니즈(Needs)가 KL의 설립이념과 들어맞은 덕분이었다. 정장근 JKL 대표는 “한쪽의 이해에 고립되지 않고 이해관계자 전체의 입장을 고려해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모두가 승자가 되게 하는 로펌”이라고 평가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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