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96도서도 초고강도 유지…포스텍, 꿈의 합금 세계 첫 개발

입력 2017-07-12 17:52   수정 2017-07-13 06:36

김형섭·손석수 교수팀
우주·심해 산업 활용 기대



[ 박근태 기자 ] 한국 과학자들이 혹한의 환경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강도를 유지하는 합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기존에 개발된 기술보다 가공하기 쉬우면서도 영하 200도에 가까운 혹한의 환경에서 부러지거나 깨지지 않아 극지에서 활동하는 선박과 우주기지 건설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섭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왼쪽)와 손석수 교수 연구진은 영하 196도에서 최고 수준의 강도를 유지하는 기가스틸급 신개념 초고강도 합금(일명 포스텍합금 또는 킴스합금)을 개발했다고 12일 발표했다.

기가스틸이란 1㎟당 1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1기가파스칼(1GPa=10억파스칼)급 초고장력 강판을 말한다. 보통 강도나 연성이 뛰어난 합금을 만들기 위해 한 원소에 여러 가지 원소를 첨가한다.

하지만 섞는 합금 원소 종류가 늘면 원소끼리 화합물을 형성하면서 오히려 취약점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여러 원소를 섞어 새로운 합금을 만드는데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연구진은 철·바나듐·크롬·망간·코발트·니켈 등 6가지 원소를 비슷한 비율로 섞어 가장 안정된 소재인 고엔트로피 합금을 개발했다. 이 합금은 상온은 물론 극저온 환경에서 1GPa까지 하중을 견디는 초고강도 소재로, 이전에 개발됐던 최고 성능의 ‘칸토합금’보다 30% 하중을 더 견딜 수 있다.

잡아당기는 힘에 견딜 수 있는 정도인 인장강도 역시 기존 합금보다 훨씬 더 높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다양한 원소와 금속 구조를 여러 차례 조합해본 결과 이 같은 최적의 조건을 알아냈다.

김 교수는 “새 합금은 칸토합금보다 소재가 한 가지 더 들어가지만 합금 제조 공정 하나를 줄여 제조 원가는 비슷한 수준”이라며 “비슷한 가격에 훨씬 강한 합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합금은 극지 자원 탐사에 활용되는 선박과 해양 시추시설, 액화천연가스 운반 선박은 물론 극저온 환경에 노출되는 달과 화성 기지 건설 자재 등에 사용될 수 있어 응용 범위가 넓은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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