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40주년을 맞은 영국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2주째 열리고 있다. 이 대회는 US 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 등 세계 4대 테니스 메이저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수많은 화젯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참가 선수 유명세만큼 경기장 여건도 독특하다. 유일하게 잔디 코트에서 치러진다. 잔디 길이부터 테니스공 관리, 운영진 자격 등 뭐 하나 다른 대회와 같은 진행이 없다.
이렇게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도 점점 시들해져 가는 인기와 신규 팬 유입 감소로 최근까지 고민이 많았다. 고정 팬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젊은 세대에는 매력을 어필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회 흥행을 되살리고, 전통과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때 대회 주최 측이 선택한 것은 첨단 기술이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로 전례 없는 디지털 경험을 제공해 테니스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새로운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 사실 윔블던 경기를 현지에서 직접 관전할 수 있는 테니스 팬은 극히 일부다. 그래서 전 세계 윔블던 팬들이 가장 흥미로운 2주를 즐길 수 있게 윔블던 테니스 대회 곳곳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숨겨 놓았다.
윔블던 대회 기간 인공지능인 IBM 왓슨이 관련된 동영상과 소셜미디어 공유 내용을 매일 몇 천만 건씩 분석한다. 선수들의 어떤 표정, 어떤 장면을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지 찾아내 이를 반영한 경기 동영상을 30분 이내에 자동 편집해 팬들에게 제공한다. 시속 200㎞에 이르는 선수들의 서브 장면도 IBM 왓슨을 통해 팬들의 환호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편집된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코트를 360도로 볼 수 있는 동영상이나 증강현실(AR) 기술도 제공해 보다 현실감 있게 경기를 감상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 있는 8억 명 이상의 팬들이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며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보다 쉽게 경기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이를 처음 시작한 작년에는 전년보다 25%나 더 많은 사람이 경기를 시청했다. 줄어드는 관심과 시청자로 시들해지고 있던 윔블던 흥행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틀 후면 결승전이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선수의 극적인 장면을 떠올려본다. 성급하지만 IBM 왓슨에게 그 결과를 미리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해줄까?
장화진 < 한국IBM 사장 kgm@kr.ib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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