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투자 기피하는 심리 등 극복해야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코스피가 2400포인트를 훌쩍 넘었다. 연초까지도 전문가들이 비관적으로 본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 와중에 개인투자자는 요즘 말대로 ‘진짜 빡친다’. 공모펀드 금액이 10년 만에 최저치란 것은 2100포인트를 넘어가면서 많은 투자가가 환매했다는 얘기다. 지난 10년간 2100포인트가 저항선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학습효과의 결과다. 한편 개인들이 주로 투자한 코스닥의 개별 중소형 종목들은 2015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지지부진하다. 작년 이후 시장은 대형주 중심으로 재편됐다. 대형주가 금년 들어 10~20% 상승하는 동안 코스닥은 감질만 난다. 또 2000포인트 밑으로 빠지면 사겠다고 기다리던 투자가는 “어 어” 하다가 대어를 놓쳤다. 지금 들어가자니 상투를 잡을 것 같고 포기하자니 ‘대세상승장’이란 말이 유혹을 한다.
그런데 오랜 경험에서 보면 개인투자자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 개인들이 재무제표를 못 읽고 기업분석을 모른다는 상식적인 이유로 말리는 게 아니다. 극복하기 힘든 심리적 이유 때문이다. 우선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것의 의미와 절대주가가 높다는 것의 의미를 구별할 줄 모른다. 예를 들면 일반 투자자는 삼성전자의 주가 250만원은 절대가격으로 보면 매우 비싸다고 생각한다.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본질가치가 고평가됐는지를 판단하지 않는다. 단순히 가격이 높으면 비싸다고, 즉 고평가됐다고 인식한다. 기업의 본질가치에 비해 비싼 건지 싼 건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무조건 절대가격이 높으면 비싼 주식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주가는 절대 주가와 상관없이 본질가치에 비해 높으면 비싼, 즉 고평가된 주식이고 싸면 저평가된, 즉 싼 주식이다. 삼성전자의 본질가치가 500만원이면 현재 가격이 적정가치의 절반에 팔리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아무리 1000원짜리 주식도 본질가치가 500원이면 두 배 비싸다는 의미다. 이걸 구분하는 투자자가 드물다.
둘째, 이것보다 더 블랙 코미디가 있다. 수익률은 투자금액에 비례한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 사실 이게 결정적이다. 1000만원을 가지고 삼성전자를 사면 ‘겨우’ 4주를 사는데 코스닥의 1000원짜리 주식은 1만 주를 살 수 있다. 배부르다. 그리고 낮은 가격의 주식은 금방 몇 십% 올라갈 것 같은 착각을 한다. 단지 싸니까. 물론 투기는 싼 주식에 잘 붙는다. 비슷한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 주식이 모두 20% 상승하면 둘 다 2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1만 주라고 수익금액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쩐지 1만 주가 더 많은 돈을 벌어줄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심리적 착시 현상이다. 또 싼 주식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변에 주식에서 재미 못 봤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싼 주식을 좋아하는 경우다.
셋째, 같은 맥락으로 대형주 투자를 기피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형주가 비싸다는(?) 것도 있지만 어쩐지 중소형 종목들이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중소기업일수록 대주주의 자의적인 경영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고 대기업에 비해 재무적으로 취약해 경기 부침에 심하게 영향을 받는다. 경쟁자가 없는 분야는 워낙 시장이 작거나-예를 들어 세계 시장 전체 규모가 몇백억원인 경우 경쟁업체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조금 돈을 번다 싶으면 금방 경쟁업체가 생긴다. 중소기업 업종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나 가전 혹은 석유화학이나 자동차, 철강은 신규 업체가 뛰어들기엔 언감생심이다. 그리고 대기업의 대부분은 국내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경쟁해 살아남았다. 물론 알짜배기 중소형 기업이 있지만 이건 또 주식거래가 거의 없다. 사려면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한데 투자가에게 가장 없는 덕목이 인내심이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심리적 착시 현상을 통제할 수 있다면 주식 투자의 기본기가 된 투자가다. 오늘도 개인들은 ‘가망 없는’ 고달픈 게임을 하고 있다. 차라리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대세상승장은 개인투자자가 먹을 수 있는 ‘일용할 양식’을 거의 남겨두지 않는 법이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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