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검장 첫 수사 '관심'
감사원 감사 의뢰 장기간 내사…거액 상품권 로비 의혹도 조사
박근혜 정부로 수사 확대 '촉각'
KAI "부당행위 한 적 없다"
"정부와 민간에서 산정하는 용역 인건비 기준 오해 한 것"
[ 김주완/안대규 기자 ]
적폐 청산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가 대형 ‘사정 수사’를 본격화할 조짐이다. 검찰은 14일 개발비 등 원가 조작을 통해 제품 가격을 부풀려 부당한 이익을 취한 혐의(사기) 등으로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압수 수색했다.
이번 수사가 방산업계 관계자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실세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AI는 부당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태도다.
◆檢, 전격 압수수색…KAI “억울하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가 들이닥친 곳은 KAI의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다. 검찰 관계자는 “2015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새로운 비리 혐의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KAI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등 국산 항공 군사 장비를 개발한 국내 대표적인 방산업체다. 감사원은 KAI가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연구 용역비 등 원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담당 직원 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후에도 감사원은 KAI의 ‘원가 부풀리기’가 다른 제품에도 적용됐다고 보고 검찰에 관련자들을 추가로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AI가 수백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KAI는 감사원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KAI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에서 용역 인건비 수준을 보는 기준에 차이가 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KAI는 용역 인건비를 민간 기준인 5000만원으로 계산해 지급했는데 감사원은 3000만원으로 판단하고 차액인 2000만원을 과다 책정했다며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KAI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와 관련해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은 KAI의 로비 의혹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비상금을 조성하고, 제품이 선정되고 납품되는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KAI가 3년 동안 구입한 36억원어치 상품권의 사용 내역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핵심 관계자, 정부 고위층 등이 로비 대상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AI 관계자는 “명절마다 3000여 명의 직원에게 상품권을 주는 데 연간 12억원이 쓰인다”고 해명했다.
◆윤석열號 ‘방산 비리 사정 신호탄’
정부는 이번 수사를 시작으로 사정 작업의 고삐를 죌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명박 정부에서의 4대강 비리, 방산 비리, 자원외교 비리도 다시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이 있다면 환수하겠다”고 공언했다.
방위사업 비리 척결은 대선 공약에도 담긴 내용이다. 이번 수사는 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첫 번째 대형 비리 사건이다.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산업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국내 방산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태국 정부는 KAI의 T-50 8대를 구매하기로 했고,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와 파라과이에도 제품 수출을 앞두고 있다.
올해 말에는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 입찰 최종 발표가 예정돼 있다. 350대로 17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KAI도 입찰에 도전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KAI가 횡령 혐의로 입찰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안대규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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