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물으면 사람들은 흔히 가족, 건강, 돈을 꼽는다. 세 가지 조건 가운데 돈에 관해 살펴보자. 돈은 행복자산이기도 하지만 불행의 원천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가난에 한이 맺혀 돈에 목숨을 걸고 살았던 어떤 구두쇠 영감이 오죽하면 세상을 하직하면서 후세에 교훈이 되고 싶다며 자신의 묘비명을 ‘사람으로 태어나서 돈기계로 죽다’로 새겨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까.
돈기계가 아니라 돈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선 돈을 우리 삶의 행복자산으로 지혜롭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노후를 책임져 줄 연금통장과 건강보험을 통한 의료비통장은 필수품이다. 노후의 행복보장자산(연금통장, 의료비통장)으로 대표되는 생명보험에 가입할 때 꼭 확인해야 할 기준 두 가지를 알아보자.
첫 번째 기준은 안정성이다. 생명보험은 계약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에서 평생까지인 장기계약이다. 따라서 망하지 않을 보험사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은행들이 외환위기 때 문을 닫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사와 보험사들이 위기를 맞는 것도 이미 경험했다.
국내 생명보험사는 앞선 두 번의 위기만큼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다. IFRS17의 핵심 내용은 보험부채의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부채가 크게 증가할 우려가 있다. 최근 보험사의 연이은 자본 확충은 이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또 과거 고금리 시절에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는 최근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부채 비중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서 고금리 약정이율과 시장금리의 차이만큼을 부채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점에서 보험사의 자본·부채 상황을 비롯한 IFRS17 도입에 대한 준비는 ‘안정성’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기준은 수익성이다. 생명보험 수익성의 핵심은 간단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계약 당시 보장한다고 했던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받을 수 있는지다. 보험사고가 났는데도 보험사가 이런저런 핑계로 보험금 지급을 미룬다면, 그야말로 ‘닭 쫓던 개가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 된다. 보험회사들의 보험금 지급 자세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잣대는 보험회사별 민원발생률을 참조하면 된다. 보험사와 분쟁이 발생하면 보험계약 관련자 가운데 보험계약자인 내 편에 서서 나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보험사인지 여부도 중요한 기준의 하나다.
생명보험의 수익성 판단 기준의 또 하나 중요한 잣대는 ‘예정사업비율’을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통상의 보험료는 예정위험률과 예정이율, 예정사업비율로 구성된다. 예정위험률과 예정이율은 대한민국이란 같은 생활권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고 확률과 자산운용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기에 보험회사별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예정사업비율은 보험회사별로 차이가 난다. 또 예정사업비는 선집행된다. 은행 예금은 내가 맡긴 예금 전체가 원금으로 운용되는 데 비해 보험은 내가 낸 보험료에서 예정사업비를 먼저 제외한 이후의 보험료가 적립보험료 등으로 운용된다. 그래서 보험에는 원금 회복 시기가 있고, 그 원금 회복 시기는 보험회사의 예정사업비율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생명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험사별 예정사업비율을 비교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5년이나 10년 뒤의 중도해지 환급금이나 계약만기 때의 보험금을 비교해보고 가입하면 된다.
우성철 < NH농협생명 세종교육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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