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독일 예술 철학자 콘라트 피들러(1841~1895)는 “예술적 재능의 본질은 직관적 파악 능력”이라고 했다. 직관(直觀·intuition)은 연상이나 추리 등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정신작용이다. 추리나 관찰, 이성, 경험으로는 얻지 못하는 특별한 인식을 얻을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요즘 스마트폰 같은 첨단 기기의 등장으로 본질을 향해 곧바로 파고드는 직관의 힘이 갈수록 조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시각예술에서 직관은 어떠할까.
‘직관’이란 이름을 단 전시가 지난 12일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신관에서 개막했다. 다음달 6일까지 계속될 이 전시에는 20~30대 유망주인 김정태, 김미영, 송윤주, 이은우, 이혜인, 장재민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직관을 화두로 삼고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 회화와 조각, 미디어아트 등 출품작 28점을 통해 예술에서 직관이 어떻게 표현되고 확장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미디어아티스트 김정태 씨는 ‘그리기’의 범주를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했다. 그에게 회화는 평면 위 정지된 그림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 내에서 무한정 확장할 수 있는 ‘가상의 3차원 세계’다. 김씨가 내놓은 ‘무제’는 3D 게임 엔진 프로그램(언리얼 엔진 4)을 이용해 구축한 디지털 가상세계 ‘피코’에서 추출한 장면들을 입체적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서양화가 김미영 씨는 미국 뉴욕주 설리번 카운티의 몬티셀로에 있는 호수 ‘레이크 조셉’(사진)에서 배를 타고 바라본 풍경을 직관적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동양 고전 ‘주역’의 괘(卦)를 소재로 작업한 송윤주, 적막한 풍경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생경한 체험을 색채미감으로 승화한 장재민 등도 눈길을 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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